옛날 술 한 잔에 시 한 자락을 띄어 보내던 경주남산의 포석정을 보면, 우리의 음주 문화가 얼마나 소박하고 풍요로웠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고유의 풍류와 해학 그리고 철학이 넘쳐나던 음주문화는 군사정권을 거쳐 사라진지 오래다. 각종 폭탄주, 회오리주 등 장난기 어려 있는 음주와 2차, 3차로 이어지는 음주문화가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몸과 마음을 지치고 병들게 하고 있으며 우리사회는 당연시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음주문화가 개인과 사회에 끼치는 손실은 잘 알려져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2006년 발표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망, 질병, 가족들의 간접피해 등 음주에 따른 사회 경제적 비용은 약 16조5,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총생산(GDP)대비 2.9%로 미국 2.3%, 일본 1.9%, 캐나다 1.1%등 주요 선진국보다 휠씬 높은 수치다. 또한 가정폭력, 성폭력,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등 많은 범죄가 취중에 일어나고 있다. 음주로 인하여 약 2만3천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수의 9.3%에 해당한다. WHO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원인 1위의 물질을 알코올로 담배보다 사망에 더크게 기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구상 모든 사망률의 2.7%가 흡연으로 인한 것이거나 3.5%가 알코올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굳이 이러한 수치를 들이 않아도 우리는 자신 혹은 주변의 경험을 통해 지나친 음주의 폐해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음주행위는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나친 음주행위는 가족공동체를 파괴하며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의 손실을 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는 음주행위 자체와 결과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으로 사회적인 공동책임을 느끼기 보다는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기도 한다. 술을 즐기고 마시되 음주후의 자신을 책임지는, 기호품을 즐기는 문화인으로 음주를 즐기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정부는 책임 있는 음주문화의 확산을 위한 제도개선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판매자들은 제공자로서의 책임감을, 술을 마시는 소비자는 행위자로써의 책임을 가짐으로써 풍요한 음주문화를 이루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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