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주주인 은행들이 속속 민영화되거나 매각되면서 정부가 은행장 인사에 입김을 불어넣을 소지가 컸던 행장추천위원회가 폐지되거나 새로운 형태로 탈바꿈되고 있다.
지난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금융지주에 매각된 조흥은행은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행장추천위원회를 폐지하기로 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작년에 신한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돼 정부 지분이 사라지고 새로운 지배주주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행추위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이사회를 통해 행장 선임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흥은행은 정부 지분을 매각하기 전인 작년 초 사외이사 4명, 주주대표 2명, 외부 금융 전문가 1명 등 7명으로 행추위를 구성했다.
외환은행도 지난해 9월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에 매각된 후 행장추천위원회를 곧바로 폐지하고 이사회를 통해 행장을 선임했다.
작년 말 완전 민영화를 달성한 국민은행도 이달 말 이사회를 열어 행추위 규정을 폐지하고 새로운 사외이사와 주주대표로 구성되는 상설 행장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작년 초 공적 자금을 받거나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들에 대해 사외이사와 주주대표, 기타 전문가를 포함하는 7명의 행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구두 지침을 내려 행장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은 이사회 규정에 따라 행장추천위원회를 열어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 후보를 행장으로 추천하기로 했으나 이미 대주주인 정부가 회장-행장 겸임 방침을 밝힌 터여서 요식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황 후보는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행추위를 여는 것이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아 행추위를 열어야 할 지를 생각 중"이라고까지 말한 바 있다.
한미은행도 행추위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씨티은행이 인수한 후에도 제대로 가동될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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