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데이비스의 『괴물의 등장』은 코로나 19가 한창이던 2020년 사회적 거리두기 중에 저술되었다. 이 책의 괴물은 그의 전작인 『우리 문 앞의 괴물: 세계를 위협하는 조류독감』(The Monster at Our Door: The Global Threat of Flu)에서 언급한 바로 그 괴물이다. 문 앞에 있던 괴물이 이제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괴물의 등장: 코로나19, 조류독감, 자본주의의 전염병』은 인류가 과거에 경험했던 양상과는 전혀 다른 자본주의체제와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팬데믹을 설명한다. 의학적, 생태학적 차원의 대응은 한계가 분명하다. 사회·경제·정치·문화 등 인류의 전 방위적인 변화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한국 사회에 더욱 통렬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전염병을 단순히 생물학적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불평등한 사회 구조와 자본주의의 민낯이 키워낸 '사회적 괴물'의 등장으로 해석한다. 전염병의 확산은 바이러스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시스템의 취약성이 낳은 필연적인 재앙이라는 통찰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염병의 생태학적 토양을 폭로한다. 그는 공장식 축산이 새로운 바이러스의 온상이 되고, 무분별한 도시 슬럼화가 빈곤층의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며, 이윤에만 집착하는 제약 산업이 공중보건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낱낱이 파헤친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쇠퇴한 공중보건 시스템과 도시의 불균형이 전염병의 위기를 어떻게 증폭시켰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그의 주장은 전염병이 가진 과학적, 의학적 측면을 넘어 그 이면에 숨겨진 정치, 경제, 사회적 취약성을 파헤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