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심야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심야약국 확대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운영을 포기하려는 약사들이 늘고 있다. 제도의 취지는 분명하지만, 현장과의 괴리가 커 제도 정착을 위해선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약사법 개정을 통해 공공심야약국 지정과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약국에 시간당 4만 원의 인건비를 지원하며, 전국적으로 200곳 이상이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문을 열도록 독려하고 있다. 심야 시간대 의약품 접근성을 높여 응급실 과밀을 해소하고, 국민 건강권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약국가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청주의 한 공공심야약국 약사는 “새벽 1시까지 근무하면 개인 생활은 물론 가족을 볼 시간도 없다”며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힌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한 약사 10명 중 6명이 운영 중단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심야 매출 자체가 크지 않아 지원금만으로는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유연한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요일제·순환제 도입으로 약사들의 부담을 분산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제도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청주 보건소 관계자는 “국가 지침상 당장은 어렵지만, 요일제 운영 가능성에 대해 건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국민 건강권 보장이라는 대의와, 현장 약사들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현실 사이. 이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공공심야약국은 확대가 아니라 축소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