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의 저서와 허준이 편찬한 의학서 등이 ‘보물’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박제가 고본 북학의’와 ‘구례 화엄사 벽암대사비’, ‘벽역신방’ 등 총 9건의 문화유산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오늘(4일) 밝혔다.
박제가의 ‘북학의’는 1778년 청나라 북경을 다녀온 뒤 국가 제도와 정책 등 사회·경제 전 분야에 대한 실천법을 제시한 지침서로,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서로 여겨진다.
각종 기물과 관련한 개혁법, 제도·정책적 개혁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책에는 ‘열하일기’로 잘 알려진 박지원(1737∼1805)이 쓴 서문도 남아 있다.
전남 구례 화엄사의 벽암대사비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불교 중흥과 발전에 크게 기여한 벽암대사(1575∼1660)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이다.
승려 비석이 많이 건립되지 않았던 시기에 세워진 드문 사례로, 처음 건립된 이후 현재까지 원래 위치에서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벽역신방’은 1613년 허준이 왕의 명령으로 편찬한 의학 전문 서적이다.
광해군 대에 유행했던 당독역(성홍열로 추정)에 대한 허준의 경험, 이론적 견해, 치료법 등이 정리돼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동일 판본이 몇 권만 확인되는 희소한 자료”라며 “전염병 연구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학술 가치가 큰 서적과 불교 문화유산도 보물 목록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송나라 때 편찬한 선종 전적을 목판으로 찍어낸 ‘대혜보각선사서’, ‘예기’에 주석을 단 유교서 ‘예기집설 권1∼2’ 등이 각각 보물이 됐다.
1351년 조성된 ‘합천 해인사 금동관음·지장보살좌상 및 복장유물’은 제작 연대가 명확하고 고려 후기 불교 조각의 양식과 도상을 밝혀주는 기준작으로 평가받다.
‘창원 성주사 석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은 조각승으로 이름을 알린 승호(勝湖)가 주축이 돼 1681년 완성한 불상으로, 31구의 존상이 남아있다.
사자의 등에 홈을 파고 거울을 꽂도록 한 불교 조각 ‘강화 전등사 명경대’, 2016년 강원 삼척의 한 절터에서 발견된 ‘삼척 흥전리사지 출토 청동정병’도 보물이 됐다.
청동정병의 경우, 오랜 시간 동안 땅속에 있었음에도 큰 파손 없이 원형 그대로 출토돼 통일신라시대 정병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국가유산청 측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