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계룡시(시장 이응우)가 도로변 홍보안내판 설치 과정에서 당초 사업을 진행하던 업체를 변경하여 타 업체와 계약하고, 디자인마저 도용하여 사용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계룡시 공무원들의 책임 떠넘기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30일 계룡시에서 J광고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S대표에 따르면, 그는 지난 6월 초 계룡시청 문화체육관광실 관광진흥 담당자에게서 '계룡시 슬로건을 담은 도로변 홍보안내판을 설치해야 하는데 시안과 견적서를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S대표는 홍보안내판을 세우기위해 여러 차례의 현장실사, 문구변경, 서체변경, 디자인변경 등을 통해 최종안을 확정했고, 계룡시 슬로건인 '행복이 넘치는 YES! 계룡'이라는 문구의 시안 여러 개와 1400만 원을 적은 견적서를 제작해 보냈다.
그러자 계룡시 담당자는 '국방도시 계룡'으로 문구 변경을 요구했고, 그 뒤에는 다시 '국방수도 계룡'으로 변경해 달라고 해 수정했다. 뿐만 아니라 서체의 변경을 요구해 복수의 디자인을 만들어 보내주기도 했다.
개인 메신저를 통해서 여러 차례 수정과정을 거친 뒤, 계룡시 담당자는 가장 마음에 드는 최종안을 선정했고, "일단 (위에) 보고 드려봐야겠다", "조금 홀딩하고 있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때가 7월 초였다.
이에 S대표는 홍보안내판 시공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지난 10월 초 S대표는 홍보안내판 설치 예정지를 지나가다 깜짝 놀랐다.
10월 초 시공된 홍보안내판이 J광고에서 제작한 디자인 시안과 거의 흡사하다는 것. 이에 대해 J광고 S대표는 디자인 도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S대표는 즉각 계룡시 회계과에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문의했고, 회계담당자는 'J광고와 진행하던 사업인 줄 몰랐다', '디자인을 그대로 썼다면 우리가 잘못한 것 같다'는 답변을 했다. 그러면서 자세한 문의는 담당부서에 하라고 했다.
이에 S대표는 그 동안 업무연락을 해 왔던 담당자에게 연락했고, 이번 사업을 담당해 온 M팀장은 "회계팀에서 '순번'이 아니라서 이번 계약은 다른 업체와 해야 한다고 한다며, 현재 설치된 시안을 시장님이 가장 좋다고 하셔서 그렇게 한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S대표는 '순번이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다', '언제부터 순번대로 계약했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그는 "'M팀장은 '이미 안내판 시공을 위한 시안과 도면, 견적서까지 다 받았다고 전달했는데도 회계팀에서 안 된다고 한다'고 했는데, 회계팀에서는 '관련 부서와 그렇게 많이 일이 진행됐는지 몰랐다'면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분개했다.
이후 S대표가 알아보니 홍보안내판은 계룡시에 있는 K광고업체에 의해 설치됐고, 이미 9월 초에 계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S대표는 그 동안의 노력을 무시하고 다른 업체와 계약한 것도 문제지만, 자신들이 제공한 시안과 시방서를 타 업체에 제공한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부정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S대표는 "최종 시안을 만들기까지 여러 차례 현장 실사와 디자인, 디자인 변경 등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최종 컨펌까지 끝난 상황에서 갑자기 업체를 변경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더욱이 우리가 준 디자인 시안을 그대로 사용해서 홍보안내판을 제작, 설치하는 것은 명백한 디자인 도용"이라고 분개했다.
실제 S대표가 계룡시청 담당자에게 보냈던 시안과 현재 설치된 홍보안내판을 비교해 보면 글씨체와 디자인, 설치방법과 구조물 크기 등이 거의 똑 같다. 다만 글자의 간격과 굵기가 다를 뿐이다.
S대표는 "이것은 누가 봐도 똑 같은 디자인이다. 당초 시안은 수차례의 현장 실사를 통해 안내판을 세울 구조물의 크기, 두께, 운전자들이 잘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각도(15도 기울기), 주간과 야간 노출 방법(조명) 등을 고려해 제작한 것"이라며 "실제 해당 담당자도 우리가 디자인한 시안을 K업체에 보내줬다고 시인했다"고 말했다.
S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문제를 제기하자 계룡시는 처음에 '뭐가 문제냐'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어차피 S대표의 디자인도 순수창작물이 아니며, 최종 결과물이 J업체 광고의 시안과 약간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S대표의 이의제기가 계속되자 담당자가 J업체 사무실을 찾아와 '실수했다', '디자인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등의 화해를 시도했다.
S대표는 "담당자 한 명의 실수라는 꼬리자르기식 대응에 동의할 수 없다. 관례적으로도 있을 수 없고, 상식적으로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지시한 윗선을 밝히고, 시장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화해를 거부하고 있다.
최근 S대표는 변호사를 선임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선임된 법무법인에서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서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하여 부정하게 사용하는 행위'를 부정경쟁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 사안은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서를 보내왔다.
S대표는 소송을 통해 부정한 방법으로 설치된 작품의 폐기, 부정경쟁 행위에 대한 조사, 담당공무원에 대한 조사와 징계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