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회사에 소속된 응급구조사를 여러 차례 폭행한 뒤 방치해 숨지게 한 응급환자 이송업체 대표에게 징역 18년형이 확정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최근 살인 및 근로기준법 위반(근로자 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12월 구급차를 몰다 교통사고를 내고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 사무실에서 응급구조사인 44살 B씨의 온몸을 12시간 가량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 결과 A씨는 피해자 B씨에게 '열중쉬어' 자세를 취하게 한 뒤 욕설을 하면서 발로 차는가 하면 B씨가 잘 걷지 못하고 넘어지자 "또 연기하네. 오늘 집에 못 가겠네"라며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B씨가 내출혈과 외상성 쇼크 증상을 보이는 동안에도 치킨을 시켜 먹으며 가혹행위를 계속 했고, 쇼크로 의식을 잃은 B씨를 난방이 되지 않는 사무실 바닥에 방치한 채 잠을 자기도 했다.
B씨는 이튿날 다발성 손상으로 숨졌는데, A씨는 다른 직원들이 범행을 모르도록 은폐를 시도했다.
A씨는 법정에서 "계속 복종하며 일을 하게 할 의도였다"며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고 주로 왼쪽 허벅지 부분을 가격하는 방법으로 폭행했을 뿐 살해할 동기와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사건 1개월 전에도 새벽까지 5시간 동안 폭행을 당했던 B씨가 병원 주차장에서 구급차 사고까지 내자 폭행에 저항하거나 방어할 수 없는 심리 상태가 됐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해자에게 가해진 폭력의 강도와 반복성 등에 비춰보면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게 분명하다"며 징역 18년을 선고했고, 항소심에 이은 대법원 역시 1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처벌을 확정했다.
2심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고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처벌을 확정했다.
한편, A씨는 상고심에서 자신이 자수를 했는데도 형을 감경하지 않은 2심 판결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자수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법원이 임의로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음에 불과해 원심이 자수감경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것이 아니므로, 자수감경을 하지 않은 원심판결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양형부당 주장에 해당한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