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한 경기도 남양주시장이 시청 공무원을 동원해 5차례에 걸친 생일 파티를 열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직원들이 축하해 준다고 찾아온 것”이라고 해명한 가운데 이를 놓고 한 공무원이 “쓰레기 같은 변명”이라고 반박하는 글을 올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2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공무원 라운지에는 ‘남양주시장 생일파티에 대한 공무원의 생각’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이 공무원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어제 저녁 MBC에서 남양주시장의 황제 생일파티 보도가 있었다”면서 “남양주 시청 내에서 늘 있어왔던 일이라 크게 놀라지 않았지만 나를 경악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남양주시장의 쓰레기 같은 변명이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조 시장은 MBC 보도 직후 트위터를 통해 “직원들이 축하해준다고 찾아온 걸 화내고 쫓아내야 공직자의 본분인가. (내게) 죄가 있다면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블라인드 작성자는 “당신의 존재가 남양주시 행정조직을 썩어가게 만들고 있다”며 분노했다.
작성자는 “당신에게는 여섯 번의 기회가 있었다”며 조 시장이 5차례 생일파치가 열리는 동안 만류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이어 각 부서에서 준비한 생일파티를 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그는 “첫 번째 평생교육과에서 준비한 생일 파티에서 도서관 3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당신이 등장함과 동시에 고깔모자를 쓰고 손가락 지문이 닳도록 박수를 치던 직원들에게 ‘고맙지만 부담스러우니 다음부터는 이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신은 코로나 시국에 수많은 직원과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무언의 긍정 신호를 보냈다”고 적었다.
그는 “두 번째 총무과에서 준비한 생일 파티에서는 직원들의 춤과 노래가 담긴 영상을 들고 몇몇 과장과 팀장이 들어가서 파티를 했다고 들었다”면서 “이때도 당신은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작성자는 자치행정과, 홍보기획관, 기획예산과에서 준비한 나머지 세 개의 파티에 대해서도 조 시장이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지점을 짚었다. 글에 따르면 해당 생일 파티에선 직원들이 야근하며 찍은 춤 동영상을 틀거나 돌잔치에서 볼법한 대형 풍선까지 동원됐다고 한다.
특히 비대면으로 진행한 기획예산과의 생일 파티에서는 토요일 아침에 전 직원을 각자의 집에서 줌으로 접속하게 만들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는 내용도 있었다.
작성자는 “MBC 보도가 있은 후, 당신은 반성해야 했다”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직원들에게 사과하고 전 직원을 동원한 이 말도 안 되는 추악한 황제 생일파티를 준비한 과장들에게 그에 합당한 징계와 인사 조처를 내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보도가 있고 난 후 남양주시 공무원들은 강제로 초대된 비공개 밴드에서 당신(조 시장)의 변명글, 언론 행정팀장의 변명글, 그리고 홍보전문가라는 작자가 쓴 당신을 위한 위로글까지 다양하게 올라온 것을 봐야 했다”고 폭로했다.
작성자는 “조 시장은 이 모든 (그만두고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자의에 의해 놓쳤다”며 “나는 조 시장의 대응에서 진심으로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70만 대도시의 시장이라는 사람이 본인의 자리가 요구하는 윤리가 무엇인지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것에 참으로 비통하고 참담하다”고 심정을 전했다.
작성자는 공무원으로서 남양주 시민에게 사과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남양주 시민들께 말씀 올린다”며 “부서장들의 부당한 지시에 응하지 않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을 사죄드린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제 월급이 이런 저질영상을 찍거나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열정적으로 친 박수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니 한없이 부끄러울 따름이다”고 전했다.
한편 조 시장은 이같은 게시글이 올라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제가 동원한 적 없다. 쓰레기 기사에 놀아나면 당신도 쓰레기"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권위를 누려본 적 없다. 그렇게 세상을 다 아는 것 처럼 단정하면 안된다"고 했다.
1958년생인 조 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지난 2018년 7회 지선에서 남양주시장에 첫 당선됐다. 앞서 김대중 대통령 때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노무현 대통령 때 대통령비서실 홍보기획비서관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