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1948년 11월 내란 및 국권문란죄 혐의로 군경에 체포된 뒤 총살된 고(故) 장환봉 씨 등 3인에 대한 형사소송 재심이 열리는 역사적인 날이다. 이 재판은 지난 3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인의 유족이 낸 재심청구를 받아들이기로 한 결정에 따라 열린다. 당시 대법원은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 없이 군경에 의해 불법으로 체포·감금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하였다.
대법원의 재심 결정 이후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릴 재심 첫 재판을 앞두고 전남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여순사건재심대책위원회’(이하 재심대책위)가 지난 19일에 출범하였다. 이날 재심에 관심있는 전남동부지역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여순사건 재심 재판 개시’를 앞두고 지역사회의 대응방안을 두고 열띤 토론을 펼친 바 있다. 다양한 의견 끝에 박병섭 전 순천여고 교사와 박소정 전 순천YMCA 이사장 그리고 주철희 박사 등 3인을 재심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으로 선임하였다.
재심대책위는 첫 재판이 열리는 오는 29일 1시, 순천지원 앞에서 각계각층의 인사와 시민, 그리고 유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재심을 청구한 장경자 유족의 입장문 발표와 2시부터 열리는 재판을 방청할 예정이다.
재심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선 위법적이고 불법적인 국가폭력을 비호하고자 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의 시대착오적 인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그에 사죄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3인의 유족이 2011년 10월 광주고등법원에 재심을 신청한 이후 1심 재판부(2013년)와 2심 재판부(2015년)가 각각 재심 신청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재심결정을 내렸다. 그런데도 검찰은 “유족의 주장이 정황만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불법적 연행 구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항고와 재항고를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까지 7년 5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3인의 유족 중 2인(신희중, 이기화)이 안타깝게도 고인이 되었고, 장경자 유족 한 분만 남게 되었다.
또한 재심대책위는 2015년부터 대법원 결정까지 4년 동안 방치한 사법부를 강하게 질타하며, 희생자 3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국민의 인권을 유린한 불법적 국가권력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려주기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법원의 재심 결정만으로도 군경의 위법적 행위가 명명백백해진 만큼 이 재판을 계기로 여순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재차 요구할 것으로 예견된다.
한편, 재심대책위는 이러한 재심 재판이 오로지 유족 3인의 노력에서 가능했음을 겸허하게 반성하면서, 이번 재판부터 유족과 함께 할 각계각층의 인사와 지역시민들의 자발적인 지원과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