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교가 급식으로 인한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책임을 면하기 위해 숨기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급식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과거 부정을 저지르거나 영업신고도 하지 않은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공정성과 투명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 7월 12일부터 8월 8일까지 교육인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5개 관련기관을 대상으로 ‘학교급식 운영 및 관리실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식중독 사고 초기대응과 급식업체 선정, 직영전환 대책 등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21일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6월 14일부터 7월 3일까지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49개 학교 중 10개 학교(서울 5, 인천 4, 경기 1)가 책임 추궁 등을 우려해 학부모가 교육청에 신고할 때까지 보건소에 신고하지 않고 사고를 은폐했다. 실제로 경기도 소재 A여중은 지난 6월 14일 최초 설사 환자가 발생한 이후 지속적으로 환자가 발생하는데도 급식 중단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같은 달 22일 학부모가 교육청에 신고할 때까지 숨기고 있었다. 또 서울 B중학교는 식중독 환자 발생 사실을 보고받은 교육청 및 보건소에서 역학조사를 위해 학생들을 귀가시키지 말 것을 수 차례에 걸쳐 요청했으나 이를 무시해 결국 역학조사를 못하게 됐다. 이번 감사에서는 학교와 급식 납품업체 간 불투명한 계약도 다수 확인됐다. 부산의 C초등학교 등 4개 학교는 젖소를 한우로 부정 납품해 제재를 받고 있는 경남의 D업체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서울의 E초등학교는 입찰 후순위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했다. 심지어 F중학교 등 4개 학교는 식품위생법 상 영업신고도 하지 않은 업체와 위탁급식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또 급식업체가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지자체 행정처분을 받았는데도 학교에서는 이 사실을 모른 채 계속 식재료를 납품받고 있어 사고 재발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교육청에 법령 위반업체 명단을 통보했는데도 일부 지역 교육청에서는 이를 학교에 통보하지 않는 사례도 적발됐다. 경기도교육청 관내 학교들과 거래한 업체에 대한 표본조사 결과, h업체의 경우 ‘위해식품 판매’로 서울영업소 폐쇄조치를 받았으나, 성남 I고등학교는 이 사실을 모른 채 계약을 유지했으며, 충북 소재 l업체의 경우 ‘제품에 이물질 혼입’ 등으로 3차에 걸쳐 시정명령과 품목제조 정지 등 처분을 받았음에도 경기도의 3개 학교와 계속 거래를 해 왔다. 학교에서 위탁급식업체로부터 급식시설 등을 기부채납받거나 미납 급식비, 부가가치세 등을 업체에 전가하는 등 부담을 주는 것도 업체의 원가부담과 급식 질 저하로 이어지는 요인으로 꼽혔다. 1999년 이후 기부채납 금액은 976개교 1,417억 원에 이른다. 서울교육청 관내 I중과 J중은 2003~05년 급식비 미납분 1,940만 원을 업체에 지불하지 않았으며, 경기도 관내 143개 학교는 체육특기자 무료 급식 등으로 위탁업체에 13억 원을 전가했다. 한편 올해 식중독 사고를 계기로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통과, 위탁급식학교는 3년 내 직영으로 전환해야 함에도 교육부는 위탁급식 학교 1,564개 학교에 대한 급식시설 유무 등 구체적 실태조사 없이 직영전환 희망시기 정도만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31개 학교는 3년의 직영전환 유예기간을 넘겨 2010년 이후에나 직영전환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는데도 교육부는 이에 대한 조정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또 10년 이상 노후 급식시설 개선을 위한 ‘학교급식시설 현대화 사업’에 대한 예산 확보대책이 없어 위생ㆍ안전사고 발생위험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2003년부터 추진됐으나 대상이 되는 초등학교 2,332개교 중 1,734개교(74.4%)에 대해 시설개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는 2010년까지 시설개선 대상이 되는 1,541개 초등학교와 2,900개 중ㆍ고교 급식시설 개선에 대한 재원대책이 없는 상태다. 감사원은 시ㆍ도 교육감에게 식중독 사고 초기 대응을 잘못한 관련자들을 문책토록 하고, 교육부장관에게 학교급식업체 선정 부조리 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한편, 실현 가능한 급식시설 현대화 사업 계획을 세우도록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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