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38·삼성)은 사상 첫 2000안타 대기록 달성을 더는 미루지 않았다. 삼성-두산전이 벌어진 9일 잠실구장. 전날 무안타로 기록 달성을 하루 미룬 양준혁은 9회 초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타석에 들어서 상대 구원 투수 이승학(28)의 초구인 바깥쪽 낮은 직구(142㎞)를 밀어쳐 좌중간을 꿰뚫었다. 프로 데뷔전이었던 1993년 4월10일 쌍방울전에서 첫 안타를 장식한 후 14년2개월, 1803경기 만에 2000안타 고지에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삼성 관중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양준혁”을 연호했고, 잠실구장에는 2만3118명 관중의 박수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졌다. 양준혁은 9일 경기 후 눈시울을 붉히며 “매 경기 내가 가진 것을 야구장에서 쏟아부은 끝에 2000안타를 쳤다”며 감격해 했다. 다음은 양준혁과 일문일답.▶ 축하한다. 소감은. 매 경기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야구장에서 다 쏟아붓는다는 생각으로 달려왔다. 그게 쌓이고 쌓여서 오늘 2000안타 기록이 달성된 것 같다. ▶ 9회 어떤 구질의 공을 노렸나.항상 직구를 노려 친다.▶ 기록을 의식했나. 의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어제(8일)가 부담이 컸고, 오늘은 마음이 가벼웠다.▶ 2000안타를 친 순간 무슨 생각을 했나.15년 걸렸다. 안타를 치고 1루로 달려나가는 동안 (1999년) 해태 타이거즈로 트레이드 됐던 일이며 선수협의회 파동으로 영구제명을 당했던 일, 몇 차례 슬럼프에 빠졌던 순간이 머릿속에서 필름처럼 지나갔다. 선수협의회 파동을 겪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그밖에는.이승엽에 밀려 늘 2인자로 남아있었다. 2인자의 설움은 남들은 모른다. 하지만 이승엽을 보면서 많이 배웠고 늘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노력한 덕분에 오늘이 있는 것 같다.▶ 올해 서른여덟 살인데 언제까지 안타를 칠 수 있다고 보나.우선 3∼4년 더 열심히 뛰어서 2500안타를 친다는 게 목표다. 그 다음부터는 팀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한 갈 수 있는 데까지 끝까지 가보겠다.땅볼에도 전력질주…노력하는 천재 결실성공한 이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2000안타를 정복한 양준혁 역시 천재성과 성실함을 두루 갖췄다.야구 지도자들은 양준혁의 방망이를 다루는 능력은 국내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젊었을 때보다 나이가 든 지금 손목을 이용해 타구를 자유 자재로 때리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의 천재성은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해까지 타격왕 4차례(1993, 1996, 1998, 2001년), 최다 안타왕 2차례(1996, 1998년), 타점왕 1번(1994년)을 차지했고 최고 선수만 낀다는 ‘황금장갑’을 7번이나 수상했다.선수 인생 초반 천재성이 빛났다면 지금은 끊임없는 노력이 돋보인다. 노쇠 기미가 보이던 2005년 타율이 0.261에 그치자 양발을 일자로 놓는 스퀘어 스탠스로 바꿨고 백스윙 궤적을 줄이는 간결한 스윙으로 2006년 타율 0.303에 복귀했다.올해에는 떨어지는 힘을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극복, 띠동갑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는 파워로 대포를 쏘아 올렸다. 철저한 개인 관리와 평범한 땅볼에도 1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야구에 대한 진지한 자세로 그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아성을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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