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혀졌던 골프여왕 2년여 슬럼프 끝 美 LPGA 우승
미국 LPGA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챔피언십 연장 첫 번째 홀인 메릴랜드주 하브드그레이스의 불록골프장(파72, 6596야드) 18번홀. 신기에 가깝게 두 번째 샷을 홀컵 10㎝ 이내에 붙인 그녀는 침착하게 버디퍼트를 성공시켰다. 갤러리들은 “와”하는 함성과 함께 기립박수를 보냈다. 샴페인 우승 세리머니가 이어진 뒤 시상식에 참석한 그녀는 참았던 눈물을 한없이 쏟아냈다.박세리(29·CJ)였다. ‘잊혀졌던 골프여왕’ 박세리는 2년 여의 깊은 슬럼프를 털고 이렇듯 감동적인 모습으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우승한 맥도널드대회는 그녀가 8년 전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첫 우승을 거머쥐었던 대회. 박세리는 12일(한국시간) 최종 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4라운드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카리 웹과 공동선두로 정규 경기를 마친 뒤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이글성 버디로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박세리(29·CJ)의 슬럼프는 갑작스럽게 찾아왔지만 너무나 깊고 길었다.3년 내리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이어 상금랭킹 2위를 차지했던 박세리는 2004년 시즌을 앞두고 “2인자는 지겹다”면서 ‘넘버원’에 도전하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초반 2개 대회 연속 ‘톱10’ 입상을 비롯해 5월까지 5개 대회에서 3차례 ‘톱10’을 이뤄낸 데 이어 5월 10일 미켈롭울트라오픈에서 우승까지 차지한 박세리에게 2004년은 밝아보이기만 했다.◆명예의 전당 입회 직후 부진 늪미켈롭울트라오픈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입회에 필요한 포인트를 채운 박세리는 그러나 다음 대회부터 끝모르는 부진의 터널에 빠져 들었다.2개 대회 연속 컷오프.막연하게 마음속에 그리던 명예의 전당 입회라는 커다란 목표가 너무 일찍 달성된 데 따른 일시적 허탈감 탓이겠거니 했지만 박세리의 추락은 바닥이 없었다. 거의 없었던 오버파 스코어가 심심치 않게 나타났고 에비앙마스터스 때는 81타를 치기도 했다. ‘주말 골퍼’라는 비아냥이 뒤따랐다.이듬해인 2005년 박세리는 더 나빠졌다.◆“박세리 끝났다” 혹평도‘교과서나 다름없다’던 매끄럽고 힘이 넘치는 스윙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드라이브샷은 좌우로 흩어지며 러프를 전전했고 아이언샷은 그린과는 상관없이 날았다.12경기만 출전한 대회에서 손가락 부상을 이유로 ‘병가’를 낸 박세리는 일찌감치 겨울 훈련에 나섰지만 올해에도 초반 페이스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첫 대회에서 공동 41위, 두 번째 대회에서는 컷 탈락, 그리고 또 공동 45위, 그리고 또 컷 탈락에 이어 기권으로 이어지자 ‘박세리는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그러나 박세리는 지난 4월 진클럽스 앤드 리조트오픈에서 공동 9위에 오르며 근 2년만에 ‘톱10’에 진입하며 부활의 전주곡을 울렸고 메이저대회에서 극적인 재기샷을 날리기에 이르렀다.깊고도 길었던 만큼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박세리는 “그래도 끝까지 저를 성원해주신 팬들 덕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말해 결코 잊혀져 본 적이 없는 골프여왕이라는 자존심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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