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파키스탄이 21일(현지시간) 양국간 핵전쟁 촉발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협약에 서명했다. 핵 협약의 구체적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양국 관계자들은 이번 협약에 50여년간의 적대관계를 끝내고 평화 노력을 지속시키기 위한 양국 핵무기 관련 신뢰 구축 법안을 담았다고 말했다. 조인식은 이날 뉴델리에서 양국 외무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이는 인도발 파키스탄행 열차 폭탄 테러로 6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튿날 전격 실시됐다. 양국 관계자들은 이번 폭탄테러가 평화 진전 노력의 방향을 돌릴 것을 우려했다. 쿠르시드 카수리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극악무도한 범죄 행위라는 비난보다 더 강력한 말은 없다"며 "이번 폭탄테러는 오히려 양국이 협력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프라납 무케르지 인도 외무장관은 폭탄을 투척한 사람은 누구든 '정의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케르지 장관은 그러나 이번 테러에 대한 양국 공동 수사 가능성은 배제했다.무르케지 장관은 "국지법에 따라 사건 조사는 인도가 맡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21일 수사관들이 열차테러 당시 화염 폭발 직전 뛰어내린 두 남성에 대해 수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20일 용의자 2명의 몽타주를 공개했다.하야나州 철도 경찰 관리인 바르티 아로라는 "용의자 체포를 위해 경찰팀을 다른 마을로 파견했다"고 말했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 용의자들은 18일 뉴델리서 탑승했으나 기차를 잘못 탔다며 열차 직원과 다툰 뒤 폭발 15분 전 열차에서 뛰어내리도록 허락받았다. 고위 경찰 관리인 샤라드 쿠마르는 20일 이들이 뛰어내리자 열차가 폭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폭발로 인도-파키스탄 평화 진전의 가시적 성과 중 하나인 삼지호타 익스프레스 열차 2량이 파괴됐다. 이는 열차가 뉴델리를 출발한지 약 1시간만에 발생한 일이다. 희생자 대부분은 파키스탄인들이었다. 열차는 정차하지 않은 채 국경마을인 아타리로 향하고 있었다. 사건 직전 열차 관련 조사나 신원 조사는 엄격하게 이뤄지지 않았으며 보안원도 거의 없었다. 폭발이 있고 나서야 경찰이 열차 역에 모이기 시작했다. 여러 전문가들은 인도 철도 시스템은 전면 조사를 하기엔 너무 거대하다고 밝혔다. 인도 철도는 매일 1만1000개의 열차로 8000만명을 실어나르고 있다. 전 인도 정보국장인 아지트 도발은 "인도의 광대한 철도 네트워크 조사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수천개의 열차역과 수백개의 차량이 있고 각 열차역과 차량을 정밀 조사하는 것은 비실용적"이라고 말했다. 쿠마르는 느슨한 수사의 또다른 상징으로 승객 13명이 여권도 없이 아타리에서 파키스탄쪽으로 갔음을 지적했다. 열차는 불탄 2개 차량을 떼어낸 채 국경을 향해 계속 달렸다. 인도에서는 승객들이 여권을 보이지 않으면 열차 티켓이 발행되지 않도록 돼있다. 쿠마르는 이와 관련, 티켓 발행 직원 2명이 체포됐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은 18일 밤 열차 폭탄 테러가 인도-파키스탄 관계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20일 병원에서 희생자들을 위문한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그들을 위로할 최상의 길은 '양국간 관계 정상화 약속을 확고부동하게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쿠마르는 18일의 폭탄 테러가 무장 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되나 어떤 단체가 연루됐는지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당국자들은 조악한 폭탄이 담긴 옷가방 2개와 가솔린 병들이 파괴되지 않은 열차 칸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인도 열차에서는 보안상 이유로 창문이 봉쇄돼 희생자들이 많이 발생했다. 목격자들은 일부 희생자들이 30분 이상 불타는 차량칸에 갇혀있었다고 말했다. 21일 파키스탄인 9명이 북부 파니파트의 병원에 도착했다. 파니파트는 뉴델리에서 북쪽으로 90km떨어진 곳으로 열차 화재가 난 곳과 가까운 마을이다. 그러나 모힌더 싱 경찰서장은 시신이 검게 타서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시신 68구 가운데 17구만이 신원이 밝혀졌다. 이중 13명은 파키스탄인이고 4명은 인도인이었다. 인도-파키스탄 열차는 지난 2001년 양국간 전쟁 발발 위기 후 중단됐다가 2004년부터 재개됐다. 양국간 분쟁의 원인은 카슈미르 지역이다. 카슈미르는 이슬람교도가 대다수인 하말라야 지역으로서 양국은 서로 자기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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