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이하 현지시간) 국기를 든 수천명의 시위대가 관공서로 몰려들며 헝가리의 반정부 폭력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페렌츠 쥬르차니 총리가 퇴진 요구를 거부하며 계속해서 총리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밝혔다. 쥬르차니 총리는 '아직 총리직에서 사임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현 내각이 헝가리 경제실적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증언한 녹음테이프의 내용은 전후상황이 심하게 생략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쥬르차니 총리는 자신의 발언이 단지 현 내각의 부정만이 아닌, 과거 10-15년간 헝가리 정치계의 상황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라디오를 통해 공개된 내용은 아주 긴 연설로 따지자면 2-3 문장 밖에 되지 않는 정도다.' '문제가 된 현 내각의 거짓말은 심하게 확대 해석된 것이다. 나는 헝가리 경제에 대해 정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헝가리의 정치 수뇌부 전체가 개혁의 필요성에 직면할 준비가 돼있지 않았었다는 지난 10-15년 동안의 사실과 국민들을 경제불황의 책임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야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는 굉장히 긴 연설 중 2-3 문장 정도밖에 해당되지 않는 미약한 내용이다.' 하지만, 쥬르차니 총리의 해명이 나온 후,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는 더욱 거세졌다. 의회 건물 밖에서 벌어졌던 대규모 시위는 진압됐지만, 성난 군중 2천여명은 시내 중심가로 이동해 집권 사회당 당사로 향했다. 이들은 이동하는 과정에서 차량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CNN의 닉 로버트슨 기자는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고 기마대를 동원해 시위대를 저지시켰다고 보도했다. 로버트슨 기자는 현장 곳곳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산발적인 충돌이 계속됐으며, 현장을 진압하려던 경찰 시위진압대는 시위대의 기세에 몰려 결국 후퇴하고 말았다고 전했다. 19일 오전, 쥬르차니 총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헝가리 정부에 있어 중요한 구체적 사안들이 아직 명확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국민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헝가리 정계는 필요한 절차를 실행하는 것을 피하려고 애썼다. 이는 단지 지난 1-2년의 일이 아니라 매우 오랜 기간 동안 계속된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반정부 시위대는 19일 새벽 헝가리 국영 MTV 본부를 습격해 건물 내외 곳곳에 불을 지르는 등 거센 항의를 표출했다. 18일 자정을 전후해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발생한 헝가리 국영 MTV 본부 현장은 화재로 인한 연기와 경찰의 최루탄으로 가득찼다. 라조스 네넷 경찰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물대포를 발사했으며, 시위대와의 대치 과정에서 경찰관 여러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헝가리 응급의료본부는 이날 시위 과정에서 언론인 2명을 포함해 1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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