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주로 이탈 후 건물과 충돌, 53명 부상 25명 실종
승객 200명을 태운 시비르 항공(Sibir Airlines) 소속 에어버스 A-310 여객기가 9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시베리아 동부 이르쿠츠크 공항에 착륙하던 중 활주로에서 이탈, 콘크리트 벽을 들이받은 후 불길에 휩싸여 최소 124명이 사망했다고 러시아 비상대책부가 밝혔다. 비상대책부는 A-310기의 앞부분이 콘크리트 벽을 들이 받았으며, 현재 53명이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CNN에 전했다. 부상자 대부분은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대책부는 지금까지 총 120구의 시신이 수습됐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탑승자 25명이 실종된 상태지만, 실종자 대부분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일부 생존자들이 여객기 잔해에서 뛰어내리거나 사고 현장에서 떠났다고 증언했다. 사고기는 불길에 휩싸이기 전 공항 안의 한 건물과도 충돌했다고 비상대책부는 전했다. 이고르 레비틴 러시아 교통장관은 A-310기가 빗물에 미끄러워진 활주로에 착륙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CNN의 수석 국제전문기자인 매튜 챈스는 러시아 제2의 항공사인 시비르 항공에 대한 평가가 높은 편이라며, 기장의 실수로 이번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레비틴 장관은 사고현장에서 비행기록장치와 조종실음성기록장치가 모두 수거됐으며, 모스크바에서 분석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수거된 기록장치 2개를 분석에 필요한 작업에 들어갔다.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나를 필두로 정부 산하 위원회가 구성됐으며, 우리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조사 및 희생자 가족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일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 시비르 항공의 콘스탄틴 코쉬만 대변인은 러시아의 영자신문인 '러시아 투데이(Russia Today)'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A-310기에는 승무원 8명과 승객 19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승객 중에는 외국인과 어린이들도 포함돼 있었으며, 이들은 이르쿠츠크 외곽에 위치한 바이칼 호수로 여름휴가를 떠나는 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승객 중 3세에서 13세 사이의 어린이 6명이 현지 병원으로 후송됐다. 현지의 한 간호사는 '러시아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병원으로 후송된 어린이들 중 1명은 뇌사상태이며, 나머지 어린이들은 안정을 되찾았지만 심한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코쉬만 대변인은 사고기의 기장이 900시간 이상의 비행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경력을 지닌 조종사라며, 사고 여객기 또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왔고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24시간 전에도 검사를 받았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러시아에서 대형 항공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로, 사고를 당한 여객기는 모두 에어버스 기종이었다. 지난 5월 3일, 아르마니아 항공 소속 에어버스 320기가 러시아의 휴양지 소치 인근 흑해에서 추락해 탑승자 113명 모두 사망한 바 있다. 당시 사고 에어버스 320기는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을 떠나 소치로 향하던 길이었다. 한편, 2001년 이후 러시아에서 시비르 항공 소속 여객기의 대형 항공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 사고까지 총 3번이었다. 2001년 10월 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떠나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로 향하던 시비르 항공 소속 투폴례프 TU-154M기가 소치 인근 흑해를 지나던 중 우크라이나의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되 탑승자 77명 전원이 사망했었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미사일은 군사훈련 도중 발사된 것이었다. 2004년 8월 24일에도 모스크바를 떠나 소치로 향하던 시비르 항공 소속 투폴례프 TU-154B2기가 이륙한지 1시간여만에 레이더망에서 사라진 후 러시아 밀레보로에 추락해 탑승자 46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TU-154B2기와 몇 분 차이로 모스크바를 이륙했던 다른 여객기 한 대도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었다. 이 두 여객기의 추락사고는 모두 체첸 자살폭탄테러범들의 자폭테러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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