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들의 투표 참여가 총선 승리의 향방 가를 것
쿠웨이트 총선 사상 처음으로 여성의 투표권이 행사된 29일(이하 현지시간), 일부 여성들은 버스를 타고, 또 다른 여성들은 운전사가 딸린 자가용을 타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장으로 향했다. 쿠웨이트 전체 유권자 중 57%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은 지난해 공식적으로 투표권 및 선거 출마권을 얻는데 성공했다. 쿠웨이트 최고 부유층 거주지역 중 하나인 다히야에 마련된 여성 전용 투표소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들 중 한 명인 살와 알-사누시(45세)는 '마치 결혼식 날 같다'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30일 오전 쿠웨이트 TV에서 발표한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쿠웨이트 거의 모든 지역에서 여성 출마자들이 부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이상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득표율 등은 공개되지 않아, 개표 현황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쿠웨이트 TV는 지금까지 전체 의석 50석 중 4석의 향방이 결정됐으며, 3석은 개혁파 후보가, 다른 1석은 무소속 후보가 차지했다고 전했다. 이번 총선에 대한 1차 공식 결과는 30일 오후쯤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쿠웨이트 및 아랍 지역에 있어 여성들의 선거 참여는 '굉장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랍 지역에서 선거를 실시하고 있지만 여성들의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한 곳 뿐이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여성 후보자 27명 중 한 명인 칼리다 알-케데르는 보수파 부족 여성들의 행동에 큰 충격을 받았다. 대대적인 그룹을 이뤄 술라이비카트 선거구에 도착한 이 여성들은 남성 후보자들에게 소리 높혀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의사 출신인 알-케데르는 '보수파 부족들은 여성들을 버스에 태워 단체로 데리고 왔다. 그동안 우리가 바랬던 쿠웨이트의 민주주의 이미지는 이런 것이 아니다.' 이밖에도 알-케데르는 전통적으로 여성들의 행동에 제약이 많은 쿠웨이트에서 여성 후보자들이 소리를 지르고 플래카드를 흔들며 공격적인 유세전을 펼친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총선에 앞서 많은 전문가들은 여성 유권자들이 남편이나 아버지의 성향에 따라 투표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특히 부족이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라는 예상이 높았다. 하지만,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힌드 이븐 알-셰이크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선거구의 투표소에 왔던 여성들과 대화를 나눠본 결과, 그들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들 모두 자기 자신의 의견을 지니고 있었다.' 일부 부유층 거주지역에서는 투표소에 도착한 여성들에게 장미를 나눠줬으며, 42도를 육박하는 무더위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양산을 씌워 여성들을 투표소까지 안내하는 풍경도 벌어졌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압둘라 알-나이바리는 '여성들은 평형상태의 향방을 결정하게 될 X 팩터다. 여성들의 투표 참여는 이번 총선에서 개혁파가 승리할지 보수파가 승리할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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