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진으로 갱도 무너지며 지하에 매몰, 프라스틱 관 통해 산소 및 음식물 공급받아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로 동료 1명을 잃고 2주 동안 지하에 매몰됐던 호주 광부 2명이 무사히 구조됐다고 9일(이하 현지시간) 사고 금광의 관리 책임자가 밝혔다. 호주 태즈매니아주(州)의 금광에서 일하던 광부 토드 러셀(35세)과 브랜트 웹(37세)는 4월 25일 소규모 지진으로 무너진 바위가 갱도를 막는 바람에 지금까지 갱도 안에 갇혀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1주일 넘게 사투를 벌여왔다. 호주노동자연맹(AWU)의 빌 쇼튼 사무총장은 '매몰 광부들이 무사히 구출됐다니 너무나도 놀랍고 기쁘다'고 말했다. 매몰 광부들은 9일 새벽 5시 경 갱도에서 구출됐으며, 1시간 후 쯤 금광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광부들은 면도를 못해 수염이 가득했지만 건강한 모습이었으며, 환한 웃음으로 사람들의 품에 안겼다. 광부들은 각각 다른 구급차에 실려 천천히 현장을 떠났으며, 구급차의 열린 문 사이로 엄지를 들어 보이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금광 입구는 광부들이 무사히 구조됐다는 사이렌 소리에 모여든 현지 주민들로 장사진을 이뤘으며, 주민들은 광부들을 태운 구급차가 지나가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사고 금광의 관리 책임자인 매튜 길은 광부들이 엎드린 상태로 갱도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금광 밖으로 나오기 전에 지하 구조 현장에서 간단한 검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러셀과 웹은 매몰 위치가 확인된 4월 30일부터 플라스틱 관을 통해 산소, 음식, 물을 비롯해 잡지와 아이팟 등을 공급 받아 왔다. 이들과 함께 작업 중이었던 래리 나이트(44세)는 지진 발생 당시 현장에서 사망했다. 나이트의 가족은 9일 태즈매니아주(州) 론체스톤 근교에서 나이트의 장례식을 치룰 계획이다. 러셀과 웹 모두 나이트의 장례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9일 '나인 네트워크'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광부들이 무사히 구조된 것은 호주인들의 동료의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이자 그들의 프로정신에 대한 찬사의 표시'라고 말했다. '호주 전체가 지금 얼마나 안심하고 기뻐하고 있는지 밝히고 싶다. 이렇게 모든 이들이 다같이 협력해 광부들을 무사히 구조했다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가?' 사고 당시 러셀과 웹은 철재 보호실 안에서 작업하고 있었기 때문에 낙석으로 인한 찰과상 정도만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대원들은 광부들이 매몰된 장소에 접근하기 위해 바위를 들어내야 했으며, 광부들에게 그들이 피해있을 공간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구조대원들은 광부들에게 자신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느슨한 바위들을 고정시키고 구조대가 진입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줄 것을 부탁했다. 지난 4일 구조대원들은 16m 길이의 임시 통로를 뚫어 광부들이 매몰된 장소에 도착했다. 하지만, 임시 통로는 광부들이 빠져나오기에는 충분히 넓지 못했다. 대규모 진동이 일어날 경우 추가적인 낙석이 발생해 또다시 갱도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로 인해, 구조대원들은 수동 착암기와 휴대용 사슬톱 등의 수제 도구를 이용해 매몰 광부들에게 접근하기 위한 통로를 만들어 나갔다. 또한 구조대원들은 소형 폭탄을 사용해 바위들을 분쇄시킨 후 제거해 나갔다. 구조대는 '마지막으로 제거된 바위 덩어리는 콘크리트보다 5배는 강했다'고 밝혔다. 구조활동이 진행되는 동안 광부들의 심리상태는 양호한 편이었다. 광부 중 한 명은 구조된 후 일을 그만두겠다며 구인광고를 볼 수 있게 신문을 넣어 달라는 농담을 건네기까지 했다. 구조대원들도 플라스틱 관으로 공급되는 오믈렛, 스프 등 하루에 무려 다섯끼나 먹어대는 광부들의 거대한 체구 때문에 구조작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며 농담을 던졌다. 사고 금광의 대변인인 마이클 레스터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매몰된 광부들은 체구가 크다. 그들은 만약 자신들의 평소 먹는 만큼 식사를 한다면, 자신들을 구출해내기 위해 터널에 기름을 발라야 할 것이라며 우스게 소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매몰 광부들을 2주만에 극적으로 구해 낸 이 놀라운 구조활동은 호주 전체에 큰 감동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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