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이민자 없는 날' 맞아 전국적인 파업, 휴업, 불매 시위
일명 '이민자 없는 날(Day Without Immigrants)'로 명명된 전국적인 시위일을 맞아 이민 노동자들의 파업과 학생들의 휴업이 진행된 가운데,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는 대규모 이민자들과 그 지지자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이민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플로리다에서 시카고, 뉴욕, 로스앤젤레스에 이르기까지, 이날 미국 전역에서는 수십만명의 시위자들이 의회의 이민법 강행에 반대하는 평화시위를 펼쳤다. 로스앤젤레스와 마이애미 인근의 홈스테드 마을 현장을 촬영한 TV 화면에는 시위 조직위의 요청으로 흰 셔츠를 입은 수천명의 시위자들이 거리를 가득 채운 채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남편 및 3학년생 딸과 함께 콜로라도주(州) 덴버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한 멜라니 루고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을 이루고 있는 지지기반이다. 합법이나 불법이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서로의 생활을 유지해주고 있다. 우리에게 그들이 필요한 만큼, 그들에게도 우리가 필요하다.' 경찰은 시카고 금융지구에서 벌어진 시위에 약 30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위자 대부분은 깃발과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으며, 그 중 하나에는 '우리는 테러범들이 아니다'라고 씌어져 있었다. '우리는 당신들의 집을 짓고 있다'는 문구도 보였다. 뉴욕의 일부 노동자들은 제임스 센센브레너 하원의원(공화/위스콘신) 주도의 이민법이 미 하원을 통과한 12월 16일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오후 12시 16분 정각에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현재 상원에 계류중인 이민법은 불법 체류자들을 처벌하고 3200km에 이르는 미국-멕시코 국경 중 1125km 지역에 장벽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연합농업노동자연맹(UFW)은 캘리포니아주(州) 농부들도 파업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미국 전역의 수많은 도시에서 노동자들의 파업과 학생들의 휴업, 그리고 불매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채플힐의 '탑 오브 더 힐' 레스토랑을 찾은 사람들은 '우리는 모두 이민자들'이라고 쓰여진 배너가 달린 채 굳게 닫힌 레스토랑 문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탑 오브 더 힐'의 사장인 스콧 메이트랜드는 '오늘 장사를 안해 1만2천 달러 상당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우리 가게 및 사회 전반에 있어 이민자들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 D.C. 및 시카고 교육청은 학생들이 상당수 결석했다고 보고했다. 라틴계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시카고의 학교들은 대부분 교실이 텅 빈 상태였다. 캘리포니아주(州) 샌디애고의 베니타 올메도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1살짜리 딸과 7살짜리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이민법 반대 시위에 참가시켰다'고 말했다. 1986년 멕시코에서 건너와 불법 체류를 하며 유모로 일하고 있는 올메도는 '우리 아이들이 엄마가 범죄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는 아이들이 나처럼 강하게 자라길 바란다. 오늘의 시위는 우리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같은 이민법 반대 시위는 미국 뿐 아니라 해외까지 확산되고 있다. 멕시코시티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노동절 행사의 일환으로 미국 제품 불매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한편, 워싱턴에서는 히스패닉계 단체와 일반 시민단체들이 연합해 기자회견을 갖고, 시위자들이 모든 이민자들을 대표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2차 세계대전 및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퇴역장군 앨버트 F. 로드리게스는 '우리는 이민자들이 미국의 경제 및 산업에 상당한 공헌을 해왔고,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위자들과 우리의 차이점은 우리를 비롯한 수백만명의 사람들은 합법적으로 미국 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오늘 모든 불법 체류 시위자들에게 '당신들은 우리를 위해 시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기 위해 이자리에 모였다.' 워싱턴 D.C. 소재 '퓨 히스패닉 센터'의 최근 조사결과,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불법 체류자들은 720만명 정도로, 전체 노동자의 4.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 노동자의 경우 24%, 건설 노동자의 경우 14%가 불법 체류자라고 '퓨 히스패닉 센터'는 전했다. 또한 미국 내 불법 체류자의 규모가 11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중간선거 앞둔 정치계, 이민법 관련 입장 양분 미국의 중간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이민법 문제는 공화당의 분열을 야기시키고 있다. 라틴계 유권자들의 공화당 지지표를 얻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초청 근로자 프로그램 및 미국 내 불법 체류자 합법화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애리조나)과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민주/메사추세츠)이 공동발의한 초당파적인 친이민법안은 부시 대통령이 추진하는 방안까지 포함할 계획이다. 하지만, 비평가들은 사면 등의 합법화 계획을 비난하며 이에 반대할 것을 맹세했다. 한편, 척 헤이글 상원의원(공화/네브라스카)과 멜 마르티네즈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5년 미만의 불법 체류자들에 대한 합법화 절차를 강화하는 법안을 상원에 상정했으며, 이 법안은 현재 계류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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