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데타설 관련 군 장성 체포, 집회 허가 취소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군 쿠데타 기도를 저지한 뒤 국가 비상 사태를 선언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앞서 헤르모게네스 에스페론 중장은 '군 쿠데타를 진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재선 투표 적법성 여부로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쿠데타 기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쿠데타 관련자들은 영장없이 체포됐으며 혐의 없이 용의자 억류 시간도 연장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 축출 20주년을 기념하는 '피플 파워' 기념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나왔다. 한 군 장성이 쿠데타 기도 혐의로 체포됐으며 해군 대령 한 명도 수배됐다. 이들은 이번 대규모 시위를 아로요 대통령 전복의 기회로 삼으려했던 쿠데타 지도자들이라고 에스페론 중장은 말했다. 군인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아로요 대통령 사임 시위에 참가하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집회 허가를 취소했으며 휴교령을 내렸다. 경찰 불시 단속은 '피플 파위' 시위에 맞춰 시작됐다. '피플 파워'는 지난 1986년 대선에서 마르코스와 아키노가 팽팽히 맞섰을 때 대규모 국민 시위로 독재자 마르코스 대통령이 축출되고 대신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이 권력을 쥠으로써 국민의 힘으로 독재자를 몰아냈던 것을 뜻한다. 아키노는 지난 1983년 인기 야당 정치인이었던 남편인 베니그노 아키노가 암살된 뒤 정치에 뛰어들었다. 아키노는 미국망명에서 돌아온 날 마닐라 공항에서 암살됐다. 최근 몇 주간 필리핀 전 지역에서 인기없는 아로요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쿠데타 루머가 돌았다. 아로요 대통령은 지난 2004년 재선에서 승리했으나 투표의 적법성 여부로 인해 논란이 돼왔다. 투표수 산정 과정에서 아로요 대통령이 한 고위 선거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이 녹음돼 공개됐다. 야당측은 그녀가 투표 결과를 조작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아로요는 잘못을 부인했으며 필리핀 의회는 지난 9월 탄핵 투표를 했지만 하원내 아로요 지지파가 기술적으로 불평을 잠재움으로써 탄핵이 기각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사임 요구가 계속됐다. 대통령 궁인 말라카냥궁으로 가는 도로에는 철조망 및 경계벽이 설치됐으며 수도 곳곳에 불심검문이 실시되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군 본부인 캠프 아귀날도에 언론 접근이 금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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