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은 10일(이하 현지시간), 존 애쉬크로프트 미 법무장관의 후임으로 알베르토 곤잘레스 현 백악관 법률고문을 지명했다.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곤잘레스는 예리하고 현명한 판단력을 통해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한 정책을 만드는데 일조해왔다"며 "곤잘레스는 항상 내게 솔직한 의견을 피력해왔으며, 그는 위기의 시기에 차분하고 한결같은 의견을 제시해 온 인물이며, 법을 중시하는 그의 원칙도 흔들림이 없었다"고 말했다. 곤잘레스 법무장관 지명자는 복잡한 심경을 피력했다. 곤잘레스 지명자는 의회의 승인이 떨어지면, 백악관 참모진들과 매일같이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없어 아쉬울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애쉬크로프트 장관이 그동안 쌓아온 성과를 바탕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찰스 슈머 상원의원(민주당, 뉴욕주)은 보도자료를 통해 "부시 대통령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인물을 지명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곤잘레스 지명자의 그동안의 기록을 상세히 검토해봐야겠지만, 그가 존 애쉬크로프트 장관보다 나은 인물임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곤잘레스 지명자는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 시절 부시에 의해 텍사스주 대법원 판사로 임명된 바 있으며, 2001년 1월에는 백악관 법률고문으로 임명됐다. 곤잘레스 지명자는 텍사스주 국무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화당원 중 보수 성향이 짙은 사람들은 곤잘레스 지명자가 텍사스주 대법원 판사 재직 당시 일부 10대 소녀들에게 낙태를 위해 부모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에 표를 던지는 등 비교적 중도적인 성향을 보여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곤잘레스 지명자는 당시 판결에 대해 "이같은 법이 가져올 여파에 대해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으로 개인적으로는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판결을 할 때는 내 개인적인 도덕적 가치관을 배제하고 우리 주법을 불편부당하게 적용하는 것이 판사로서 나의 임무"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곤잘레스 지명자는 문제의 2002년 1월 메모에 대해 제기됐던 의혹들은 메모의 전체 내용을 고려하지 않고 극히 일부분만을 부각한 것이라고 동료들에게 말한 바 있다. 곤잘레스 지명자가 작성한 당시 메모에는 부시 행정부 관리들에게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 수용돼 있는 알 카에다와 탈레반 요원들에게 제네바협약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법무부 검사들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으면 정부 관리들이 전쟁범죄에 책임을 져야 할 지도 모른다는 경고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곤잘레스 지명자는 당시 국무부가 부시 대통령에게 법무부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하자, 그같은 메모를 작성하게 됐다. 곤잘레스 지명자가 의회의 승인을 받고 법무장관으로 임명된다면, 라틴계 미국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내각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1주일 전 애쉬크로프트 장관으로부터 자필 사임서를 받았으나, 이번 주가 되어서야 사임서를 공식 수리했다. 부시 대통령은 애쉬크로프트 장관을 훌륭한 공직자라고 격찬했다. 부시 대통령은 "애쉬크로프트는 법무장관으로서 지난 4년의 임기동안 법무부가 새로운 테러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게끔 재정비했으며, 애국법(Patriot Act)을 제대로 강력히 적용함으로써, 미국에 자리하고 있는 테러 세포조직들을 붕괴시키는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상원 법사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패트릭 리이 상원의원(민주당, 버몬트주)은 보도자료를 통해 "나는 곤잘레스 판사를 좋아하고 존경한다. 우리 법사위원회가 그의 지명을 존중해주길 바란다"며 "집권 1기 부시 정부 하의 법무부는 내 생애 가장 책임감이 없는 법무부였다. 오랫동안 법무부에서 제대로 된 감시나 책임감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곤잘레스 판사가 이런 점을 시정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들은 곤잘레스 지명자에 대한 상원의 승인이 확정되는 대로 애쉬크로프트 장관이 법무부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주리 주지사를 두 차례 역임하고, 상원의원을 지내기도 한 애쉬크로프트 장관은 법무장관 임기 동안 애국법(Patriot Act) 등 여러 가지 사안으로 인해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애국법을 찬성하는 자들은 이 법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하는 반면, 반대자들은 이 법이 시민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말하고 있다. 애쉬크로프트 장관은 올 3월, 담석성 췌장염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회복기동안 약 1달간 업무를 보지 못했다. 애쉬크로프트 장관은 11월 2일자로 된 사임서를 통해 부시 대통령에게 "법무장관이란 직책은 보람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든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일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애쉬크로프트 장관은 사임서를 통해 "새로운 지도자 아래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법무부가 잘 돌아갈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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