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원인불명의 병을 앓다 파리의 군병원에서 숨진 고(故)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유해를 실은 항공기가 11일(이하 현지시간) 이집트에 도착했다. 아라파트의 유해는 12일 카이로에서 거행될 장례식을 위해 프랑스 공군기지를 떠나 카이로에 도착했다. 12일 카이로에서 아라파트의 장례식이 거행되며 각국 지도자들 및 전세계 조문 대표단들이 장례식 참석을 위해 이집트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향년 75세로 생을 마감한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일생을 바쳤지만, 이스라엘인들은 그를 악명높은 테러범이자 평화의 걸림돌로 여겨왔다. 11일 아침 아라파트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팔레스타인의 수석 협상가 사에브 에라카트는 "마지막 이틀은 너무나 고통스럽고 어려운 상태였다. 이제 아라파트 수반은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뒤로하고 편히 눈을 감으셨다"고 말했다. 뇌출혈을 일으킨 후 며칠동안 뇌사상태에 빠져있던 아라파트는 11일 새벽 3시 30분에 사망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혈액질환 및 소화기 질환을 겪고있던 아라파트는 지난 10월 29일 프랑스의 군병원에 입원했다. 아라파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 그리고 그가 생전에 머물렀던 라말라 청사의 거리에는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모여들었다. 비록 까다로운 팔레스타인 정책을 이끌어나갈 차기 지도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라파트가 사망하긴 했지만, 당분간 라위 파투 팔레스타인 의회 의장이 임시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직을 대행하게 된다. 파투 의장은 "아라파트는 평화를 추구하던 사람"이라며 그의 리더십을 극찬했으며, 아라파트의 뜻을 이어나갈 것을 약속했다. 아라파트의 뒤를 이을 차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뽑는 선거는 향후 60일 안에 치러지게 된다. 아라파트가 병석에 있는 동안, 아흐메드 쿠레이 총리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맡아 책임졌으며, 마흐무드 압바스 전(前) 총리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이끌었다. 11일 오전, PLO 집행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압바스 전(前) 총리를 차기 PLO 의장으로 선출했다. 호스니 아부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대변인은 "이집트가 공식적으로 3일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한 가운데, 아라파트의 장례식이 12일 오전 11시 카이로 공항 근처에서 군장으로 거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라파트는 1929년 카이로에서 태어났다. 또한 대변인은 "아라파트의 유해는 장례식을 마친 후 안장을 위해 이집트 군 헬기를 통해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로 옮겨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에 묻히길 바라는 아라파트의 간절한 소망을 불허했지만, 그를 라말라 청사에 안장하는 것은 허가했다. 아라파트는 병석에 눕기 전 거의 3년 동안 라말라 청사에서 연금생활을 해왔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아라파트의 안장을 준비하고 있는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에 대해 봉쇄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아라파트는 '오슬로 협정'을 이끌어낸 공로로 이스라엘의 지도자 이즈하크 라빈, 시몬 페레스와 함께 199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당시 '오슬로 협정'은 독립적인 팔레스타인 국가와 중동의 영구적인 평화를 가져올 돌파구로 여겨졌었다. 에라카트는 "아라파트가 '독립적인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떠난 것이 너무나도 가슴아프다"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라파트가 국가로서의 지위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도 팔레스타인의 국가 정체성을 수십년간 지켜냈다"고 말했다. 에라카트는 라말라에 마련될 아라파트의 무덤은 "임시적 안장지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언젠가 동부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독립적인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아라파트의 사망 소식을 접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아라파트의 사망을 비롯한 최근의 상황들은 중동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언제나 평화를 추구하며,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지체없이 이룰 수 있도록 계속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팔레스타인이 테러를 중단해야 한다는 점을 새로운 팔레스타인 지도부가 알기를 바란다." 부시 미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아라파트의 사망은 팔레스타인 역사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국민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팔레스타인 국민들을 위해, 향후 중동지역의 평화 및 이웃과 공존하는 독립적이고 민주적인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대한 그들의 열망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우리 앞에 전환의 시기가 놓여있는 상황에서, 중동과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목표 및 평화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데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한다." 체크무늬 카피에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아라파트는 지난 50여년 동안 이스라엘에 저항한 팔레스타인 반군의 가장 유명한 인물이었다. 또한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초대 의장으로서 이스라엘 목표물에 대한 테러공격을 감행해왔으며, 이후 준정부적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수반으로서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의 통제지구로 되돌려놨다. 아라파트의 유족으로는 1991년 결혼한 아내 수하 타윌 여사와 1995년 출생한 딸 자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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