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디 이스마일은 태어난 지 1년 반이나 됐지만, 몸무게는 약 5.4 kg밖에 되질 않는다. 수단 다르푸르의 비상급식센터에 있는 2-3세 아이들의 몸무게는 미국의 3개월된 유아의 평균 몸무게와 비슷한 수준이다. 프랑스에서 설립된 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 (Medecins Sans Frontieres: MSF)' 소속 의사들은 서부 다르푸르 지역에 사는 어린이 5명 중 1명 꼴로 심각한 영양부족 상태에 빠져 있다고 추정했다. 함디와 같은 어린이들은 유동식이나 조제분유 등을 섭취하지 못할 경우 오래 살 수가 없다. 따라서, 의사들은 어머니들에게 뼈와 가죽만 남은 아이들에게 억지로라도 매 3시간마다 유동식을 먹이라고 지시하고 있다. 구호기관들은 필사적으로 영양실조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지만, 구호기관들도 식량과 의약품이 부족한 실정이다. 다르푸르를 돕기 위해 세계전역에서 모금된 기금은 유엔이 요청한 기금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보스톤 출신의 소아과 의사 조나단 스펙터는 서부 다르푸르의 수도인 알-제네이나에서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스펙터에게는 혈액검사 등에 쓰이는 간단한 진단기구조차 부족한 실정이라, 그는 매일 어떤 환자를 치료해야할 지를 두고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적당량의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하면, 피부 및 혈액감염과 설사 증세가 나타난다. 의사들과 구호기관 관계자들은 아기의 팔 위쪽에 팔찌를 끼워놨다. 팔찌색은 아이의 상태를 나타내는데, 녹색은 양호, 노란색은 위험, 오렌지색은 영양실조, 붉은색은 극심한 영양실조를 나타낸다. 적당량의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하면, 피부 및 혈액감염과 설사 증세가 나타난다. 이런 위험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설사같은 단순한 증상도 치명적일 수 있다. 함디의 할머니 카디야는 손자가 음식을 삼키지 못하자 비상급식센터로 데려왔다. 할머니는 함디가 독감에도 걸렸다고 말했다. 광대한 다르푸르 전역에서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은 2백만에 달하지만, 그중 약 1/3만이 지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그 지원조차 위생 및 의료 지원이 아니라 기본적인 식량 지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스펙터는 병세가 심각한 한 아이에 대해 "이 아이가 선진국에 있었다면 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부 다르푸르의 리아드 수용소에 도착한 첫번째 원조물자는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로하고 있는 식량이 아니라 플라스틱 시트, 담요 및 물을 길을 수 있는 통 등이었다. 이슬람 구호단체에서 일하는 애딜 자페리는 "주민들은 하나같이 '식량과 보금자리를 원한다'고 말했다"며 "비가 오면 정말 끔찍하다. 여기는 마치 여러 개의 유리가 얼굴을 때리는 것 같은 정도의 엄청난 비가 내린다"라고 말했다. 사라 시니와 그녀의 한 자녀는 나무가지로 만든 오두막집 위에 플라스틱 시트를 덮어 비를 막고자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더 절실한 것은 식량이다. 이번 달에 여섯번째 아이를 갖게 될 사라는 지난 5개월 동안 우유를 보지도 못했다. 노년층 여성들은 배가 고프고, 수용소에 도착한 이래 전혀 식량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한탄했다. 수용소에도 고기가 있긴 하지만, 파리에 오염된 고기조차 공짜로 먹을 수가 없다. 많은 남편들이나 아버지들은 사망했거나 인근 국가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용소 내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함디의 할머니 역시 가족들을 이끌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함디 할머니가 청소부나 벽돌운반과 같은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봉급으로 음식 재료를 사서 간식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그렇게 번 돈으로는 가족들이 먹을 식량을 산다. 카디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손자 함디를 살리는 일이다. 안와르 아메드 의사는 현재 함디는 심각한 질병에 걸린 모든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주에는 함디의 몸무게가 늘었으나 현재는 상태가 좋지 않다. 위험 신호인 부종이 나타나고 있다"고 아메드는 말했다. 카디야는 손자가 먹을 특수 분유와 자기가 먹을 밀가루 한 포대를 받고, 손자를 등에 업은채, 작열하는 태양 아래로 걸어간다. 많은 부모나 조부모들은 가장 아픈 아이를 병원으로 옮기는 일을 망설이게 된다. 왜냐하면 수용소에 남아있는 다른 자녀들의 안전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수단 정부의 지원을 받은 아랍 민병대들이 지난 18개월동안 아프리카 흑인들에 대한 인종청소를 자행해왔으며, 다르푸르 수용소에 있는 난민들은 이러한 인종청소의 피해자들이다. 할리말레이는 영양실조에 걸린 딸 자흐라를 바라보며 "아랍민병대는 7개월 전 고향에서부터 우리를 쫓아왔다. 그들은 가축을 모두 훔쳐갔고, 우리 가족 3명을 죽였다"고 말했다. 사라는 플라스틱 시트를 지붕에 깔면서, 올해 초 자신의 고향에서 마을주민 51명을 살해하고 자기 집을 불태워버렸던 잔자위드 민병대가 여전히 두렵다고 말했다. 사라는 현재 자기가 살고 있는 수용소의 감시를 맡고 있는 경찰과 군 중에 잔자위드 민병대원들이 일부 있다고 말했다. 수용소 감시병력을 배치한 수단 정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수용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민병대기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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