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공연물은 풍성하다. 가족극과 뮤지컬을 비롯, 클래식 및 국악 콘서트, 발레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관객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중에서 특색있는 작품들을 골라 소개한다.가족극▲기차〓늙은 마술사 부부와 앵벌이 남매가 역전에서 펼치는 엉뚱하고 익살맞은 이야기. 경쾌한 음악에 애크러배틱 등 다양한 몸동작으로 보여주는 무언극이 마치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잔잔하면서도 가슴뭉클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가족극이다. 올해 거창국제연극제에서 금상을 받았으며, 9~10월 이집트 카이로 국제실험연극제와 아르메니아 국제연극제에 공식초청돼 해외에서도 갈채를 받았던 작품. 내년 1월 2일까지 서울 중구 문화일보홀. 02-744-6411▲몽실언니〓권정생 동화를 원작으로 극작가 김정숙씨가 각색한 작품.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온갖 고난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몽실이를 통해 꺾이지 않는 삶의 의지를 보여준다. 들떠있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다시 한번 가족간의 사랑을 되돌아보게 하는 연극이다. 31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극장. 02-751-1500뮤지컬▲아이 러브 유〓연인 또는 부부가 함께 보기에 걸맞은 작품. 전체 2막20장의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고 있는 레뷰 뮤지컬로, 각 장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우리가 일상에서 늘 접할 수 있는 남녀간의 사소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산뜻한 음악과 노래가사, 출연 배우(남경주 이정화 정성화 오나라)들의 매력적인 연기, 군더더기 없는 무대장치 등이 돋보인다. 사소한 일상에서 건져올린 남녀간 사랑의 진실을 보여준다. 내년 1월 30일까지 서울 종로5가 연강홀. 02-501-7888▲크리스마스 캐롤〓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동명소설을 소재로 한 구두쇠 영감 스크루지의 이야기. 물질 만능사회에서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인간성 회복’을 주요 테마로 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캐롤’은 동화적 팬터지로 관객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체코 작곡가 데니악 바르탁의 서정적 음악과 의상디자이너 다그마 브레지노파가 체코에서 직접 공수해온 의상 등이 유럽의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재현한다. 3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02-523-0984클래식▲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서프라이즈 크리스마스 파티’공연은 25일 오후4시. 하프연주자 곽정씨는 부천시향목관5중주와 함께 1부 클래식하프 무대및 2부 5인조밴드와의 전자하프무대를 연다(02-780-5054). 또 서울시합창단의 ‘송년의 밤’무대는 27일 오후7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모차르트의 ‘대관식 미사’등을 박선휘 진화신 이강희 유승각 신재훈씨 등 성악가와 함께 공연한다(02-399-1777).이밖에 남성합창단 쏠리스트앙상블은 30일 오후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송년음악회를 마련한다. 남성성악가 80여명은 여성지휘자 김혜옥씨와 함께 성가곡 오페라아리아 흑인영가 러시아민요 국내가곡 등을 노래한다(02-592-5727). 2004년 마지막 클래식공연은 31일 오후9시30분에 열리는 예술의전당 ‘2004제야음악회’.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모차르트의 ‘클라리넷협주곡’등을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이화스트링스가 연주한다(02-580-1300).▲김덕수 vs 이정식 크리스마스 이브 콘서트〓사물놀이의 김덕수와 재즈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의 만남. 24일 경기도 오산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농악과 무속음악, 판소리 등 우리 전통음악에 재즈, 리듬 앤드 블루스 등 서양음악 요소가 가미된 곡들을 선보인다. ‘토끼 이야기’ ‘육자배기’ ‘올림’ 등 국악 창작곡과 재즈에 선반설장고 가락을 덧붙여 만든 크리스마스 캐럴 메들리를 들려준다(031-378-4255).발레▲호두까기 인형〓크리스마스 시즌의 단골 메뉴. 올해는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UBC), 서울발레시어터와 벨로루시 국립대극장발레단의 공연 등 4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국립발레단은 러시아에서 직접 제작·공수된 무대와 의상을 바탕으로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올해의 커플은 김주원-이원철, 윤혜진-김현웅, 강화혜-장운규, 홍정민-신무섭 등 모두 4쌍. 여기에 한국 남성 발레리노의 대표주자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이원국의 국립발레단 은퇴 고별공연이 26일 파트너 윤혜진과 예정돼 있어 눈길을 끈다. 28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02-580-1300). 올해로 19년째 공연되는 UBC의 ‘호두까기 인형’은 지난 99년부터 키로프 발레단의 바이노넨 버전을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예술감독의 재안무로 선보이고 있다. UBC의 간판스타 황혜민 엄재용 강예나 황재원 안지은 이민정 유난희 서라벌과 함께 새롭게 주역으로 데뷔하는 안은영, 시묜추진, 이영철까지 무려 11명의 주역진이 총출동, 여섯 커플이 각축전을 벌인다. 26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1588-7890).모던 발레로 표현되는 서울발레시어터의 ‘호두까기 인형’은 차이코프스키 음악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그외의 것들은 순수창작으로 만들어져 클래식 버전과는 다른 현대적 모습으로 관객을 찾는다. 25일까지 경기도 과천시민회관 대강당(02-3442-2637). 처음으로 한국무대에 서는 벨로루시 국립발레단은 25~27일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28~29일 고양 어울림극장, 31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다(031-396-9336).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어울리는 가족용 영화들이 풍성하다. 아예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영화들도 많다. 크리스마스에 볼만한 영화들을 소개한다.가족용 애니메이션 풍성◈키덜트 무비〓애니메이션은 세대와 연령을 초월해 온 가족이 더불어 보기에 적합한 대표적인 키덜트(kidult)장르. 올 연말에는 무려 3편이 동시 개봉해 선택의 폭이 넓다.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올 베니스영화제에서의 수상에 이어 일본 개봉 당시 엄청난 흥행돌풍을 불러온 작품. 아이들은 물론 어른관객까지 만족시킬 만하다.미야자키 하야오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까지 나오고 있으니 놓치지 말 것.‘인크레더블’은 악의 세력에 맞서 지구를 구하는 슈퍼 히어로 가족의 활약상을 그린 애니메이션. 미국에서는 드림웍스의 ‘샤크’(국내 내년 1월7일 개봉) 등 올해 나온 애니메이션중 흥행실적이 제일 높았다. 북극행 열차를 타고 산타마을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모험을 그린 ‘폴라 익스프레스’는 톰 행크스의 1인5역 디지털 퍼포먼스가 화제가 된 영화. ◈산타와 크리스마스가 주제인 영화들〓산타가 정말 있느냐고 묻는 자녀들이 있다면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자. 산타마을에서 엘프의 손에 키워진 인간 엘프가 진짜 인간 아버지를 찾아 뉴욕에 와서 겪는 소동을 그린 ‘엘프’와 ‘폴라 익스프레스’가 그 답을 준다. ‘엘프’는 주인공 윌 페렐의 코믹연기가 일품. ‘나홀로 집에’를 잇는 명 크리스마스 가족영화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벤 애플렉 주연의 ‘서바이빙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를 연인이나 가족없이 보내야 하는 처량한 솔로들이라면 공감가는 설정의 ‘가짜 가족만들기’ 영화.◈아이들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면〓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동명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오페라의 유령’은 풍성한 음악과 화려한 비주얼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잘 어울린다. 사라 브라이트만의 대타로 투입된 크리스틴 역의 에이미 로섬이 기대이상의 몫을 해낸다. 어른들끼린 '오페라의…'타인의 취향’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룩 앳 미’가 강추영화. 유명 소설가의 딸인 뚱뚱한 소녀의 사랑찾기가 주제.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위선, 허영, 콤플렉스들을 예리하게 묘사해간다. 풍부하게 삽입된 클래식음악이 영화보기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설경구의 명연이 돋보이는 ‘역도산’은 연말 스크린에서 분투하는 거의 유일한 한국영화. 프로레슬러 역도산의 극적인 삶을 그렸다. 110억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설경구의 열연이 감동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