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옥자’와 관련한 잡음이 계속해서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만들어진 ‘옥자’는 대형 멀티플렉스와의 의견 차이로 극장에서 볼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초 ‘옥자’를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넷플릭스는 한국 극장 배급사로 NEW를 선택하며 한국 극장 개봉을 준비해왔다. 이후 지난달 15일 NEW 측은 “6월 29일 극장 개봉을 확정했다”고 밝히며 "극장 측과 많은 협의를 할 예정이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의미있는 작품이 됐는데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29일이라는 개봉 날짜가 다가오고 있지만 ‘옥자’의 극장 상영을 놓고 NEW와 극장 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옥자’의 극장 개봉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들은 옥자의 배급방식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에 상영관 139곳을 보유한 CGV는 옥자를 상영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까지 세웠다. CGV 관계자는 "극장용 영화는 통상 극장에서 먼저 개봉하고 2~3주 뒤에 인터넷 TV 등으로 서비스된다. 넷플릭스는 자사 플랫폼으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이런 영화산업의 생태계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극장과 온라인 동시 개봉을 발표했다"고 했다. 그는 "시차를 두고 온라인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상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도 비슷한 입장이다. 개봉 여부를 확정할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영화 유통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넷플릭스와 옥자의 국내 극장 배급을 대행하는 뉴(NEW)의 일방적인 발표에 반감도 나타냈다. 한 관계자는 "개봉을 한 달여 앞두고 뉴에서 명시한 날짜까지 개봉 여부를 확정해달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통상 개봉 여부나 상영관은 개봉되기 일주일 전에 결정된다. 넷플릭스에서 이 문제로 일부러 이슈를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뉴 관계자는 "극장들이 옥자를 상영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공식적으로 답을 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동시 개봉이라는 넷플릭스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극장 사업자와 협의해 가능한 많은 관객이 영화관에서 옥자를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옥자의 극장 상영은 지난달 29일 폐막한 칸국제영화제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경쟁 부문에 초청됐으나 프랑스극장협회 등의 반발로 홍역을 치렀다. 프랑스에서는 극장에서 상영되고 3년이 지나야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극장협회 등은 이를 근거로 넷플릭스에 옥자를 프랑스 전역에서 상영하라고 요구했다.
국내에는 이와 관련한 법적 장치가 없다. 온라인 서비스를 하기 전에 시차를 두도록 권고하는 정도다. 한 극장 관계자는 "부가 판권 등의 문제도 복잡해지지만, 스트리밍 사업에 손을 대려는 인터넷 업체들에게만 이로운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내 간판급 감독들이 외국 자본에 기대는 현상이 가속화돼 국내 영화 투자시장까지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약 35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아직도 관객 대부분에게는 생소한 플랫폼이기에 오직 ‘옥자’만을 위해 사롭게 가입할 사람들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옥자’의 극장 개봉이 어려워진다면 ‘옥자’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관객들의 반응 역시 다양하게 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옥자’와 극장은 과연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