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일 최근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벌어진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황당무계한 궤변이며 위험한 정치적 망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일 사망자의 신원을 ‘외교여권 소지자인 북한 공민 김철’이라고 특정하고 아직까지 사망원인이 명백히 해명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 당국이 북한을 지목해 고독성 VX에 의한 타살로 단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에는 김철의 사망을 빌미로 북한 인권 문제를 넘어서 국제적인 반북 규탄 분위기를 조성하려하고 있으며, 이는 “공화국의 영상을 깎아 내리고 우리(북) 제도를 전복하려는 위험천만한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려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통신은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떠들어대고 있는 ‘화학무기 사용’설이 지난 세기 90년대 미국이 제창했던 ‘이라크의 대량살육무기 보유’설과 너무도 일맥상통 하다는데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우리에 대한 국제적인 거부감과 압박 포위망을 형성하고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핵전쟁의 불집을 기어코 일으키려는 것이 바로 미국의 최종 목적”이라며,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존엄을 수호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자위적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지난달 13일 김정남(여권명 김철)의 피살 사건 이후 열흘이 지난 2월 23일 ‘조선법률가위원회’의 대변인 담화를 통해 “말레이시아 경찰이 진행한 수사 정형을 범죄수사학적 견지와 법률적 견지에서 보면 모든 것이 허점과 모순투성이들 뿐”이라고 북 소행설에 대해 전면 부인한 바 있다.
먼저 통신은 화학전문가들을 인용해 VX가 단 한 방울만으로도 수십, 수백 명의 사망을 가져올 수 있는 고독성 물질인데,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 여성이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기 때문에 무사하다고 하는 것은 VX의 특징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설사 VX의 기본 해독제인 아트로핀을 미리 맞았다고 해도 살인 용의자들은 쇼크 상태에 빠졌을 것이며 장갑을 끼고 사용했다고 해도 이 치사성 물질은 극도로 위험한 것”이어서 “미세량의 흡입이나 피부접촉에 의해서도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을 주는 VX를 손에 바른 사람은 살고 그것을 발리운(발린)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의 극치”라는 것이다.
또 국제 언론은 “사망한 김철의 눈과 입술에서 VX 성분을 검출했다면 그를 실어간 구급차와 그를 지켜 섰던 경찰들도 모두 중독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정도라면 비행장을 열 번도 더 폐쇄해야 하겠는데 오늘까지도 그 운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하겠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은 이어 “국제화학무기금지기구의 규정에 따라 화학무기에 대한 분석 결과는 적어도 두개 이상의 전문 실험실에서 분석하여 같은 결론이 나와야만 최종적으로 결론하게 되어 있다”며 “응당 이번 일을 국제화학무기금지기구에 통보해야 하며 해당 견본을 기구가 지정하는 실험실에 보내어 분석을 해야 한다”는 국제법 전문가들과 분석가들의 주장을 인용했다.
통신은 만약 누군가 VX를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어느 나라에서 이 물질을 들여왔으며, 누가 만들고 누가 넘겨주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살인용의자들로 체포된 여성들이 과거 한국에 여러 번 드나든 사실이 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면서 한국 당국자들이 이 여성들에게 VX를 쥐어 보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