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북리뷰 - 교수대로부터의 비망록 (Reportaz psana na
  • 뉴스21
  • 등록 2003-04-21 00:00:00

기사수정
  • 율리우스 푸치크 저/박수현 역 / 모티브 / 8,000원
1940년대 이데올로기의 시대를 살아낸 한 체코 지식인의 마지막 고백작가 폴 오스터는 추리소설만큼 낭비가 없는 책이 없으니, 모든 구절과 구성 하나하나가 다 사건을 푸는 단서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쑥쑥 읽히고 낭비없는 책으로 ‘실화’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길 바란다. ‘1940년대 이데올로기의 시대를 살아낸 한 체코 지식인의 마지막 고백’이 담긴 이 구시대의 유물 같은 낡은 이야기엔 뭔가가 살아있다. 목숨 걸 만한 일도 없이 그럭저럭 ‘일상’을 살아내는 오늘날에는 찾아보기 힘든, 살아있음에 대한, 아, 그것은 곧 ‘신념’에 관한 이야기다.1942년 4월 어느 아름답고 따스한 봄날 저녁, 신문 기자이자 체코 공산당 기관지인 <루데 브라보> 편집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푸치크는 나치의 감시가 삼엄한 체코의 한 거리를 바삐 걷고 있었다. 자신의 충실한 지지자 옐리네크 부부의 집에서 오늘 간단한 회동이 있었던 것.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약속에 나타나지 않으면 걱정할 동지들을 위해 나선 길. 그리고 차 한잔 나누자마자 들이닥친 비밀경찰 게슈타포에 의해 조직원 모두는 반공산주의 수사부인 유명한 게슈타포 본부 ′페체크 빌딩′으로 끌려간다. 온몸의 뼈가 흐물해질 때까지 맞고, 이가 모두 떨어져 나가고, 들것에 실려 계속 심문을 당하는 동안에도 조직에 대해 일체 함구했던 푸치크. 하지만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누군가에 의해 드러난 조직은 이미 뿌리까지 허옇게 드러나 있었고, 그 배신의 장본인은 무덤에 갈 때까지도 변치않을 줄 알았던 부관 ′미레크′였다. 그는 이때부터 어느 간수의 도움으로 감옥 안에서의 여러가지 단상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한다. 몇 대의 매를 면하려고 깨뜨려버린 인간의 신념과 용기란 얼마나 피상적인 것인지, 피투성이가 된 남편을 보고도 "모른다"고 부인해야만 했던 아내를 향해 부르던 감옥 안에서의 낮은 연가, 노동절 ′메이 데이′에 여자죄수들의 휘파람으로부터 시작된 장엄한 인터내셔널 행진까지, 한 공산주의자의 파시즘에 대한 고발은 단순한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훌쩍 뛰어넘는다. 정작 이 작은 책이 가진 미덕은 사실의 기록, 그 너머에 있다. 스프를 삼키지도 못할 만큼 헐어버린 입을 악물고, 피멍으로 후줄근한 몸을 일으켜 쏟아낸 인간의 신념에 대한 강인한 확신, 죽음을 함께 한 동지들을 추억하는 그의 건강한 기억들로 이 책은 ′살아있음′에 대한 충일감이 장마다 흘러넘친다. 그 생명력이야말로 이 구시대 구닥다리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를 붙잡는 강렬함에 다름 아닐 듯.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추예진, 에브리릴스 첫 오리지널 숏드라마 주연… ‘AAA 건전지입니다만’으로 신인 존재감 드러내 새내기 대학생의 첫사랑을 섬세한 표정 연기로 풀어낸 추예진의 존재감이 눈길을 끈다. 로맨틱 코미디 숏드라마 ‘AAA 건전지입니다만’이 숏드라마 플랫폼 에브리릴스의 첫 오리지널 작품으로 공개를 앞두면서, 주인공 자가영을 연기한 추예진의 신선한 매력이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AAA 건전지입니다만’은 에브리릴스가 공식 서비..
  2. 울산둥지로타리클럽2026년 사랑의나눔 행사 실시 울산화정종합복지관[뉴스21일간=임정훈]사회복지법인 진각복지재단 울산화정종합사회복지관(관장 김용석)은 2026년 1월 23일(금) 울산둥지로타리클럽(회장 배재훈)와 함께 2026년 사랑의 겨울이불 나눔행사를 실시하였다.          이 날 울산둥지로타리클럽은 취약계층 10세대를 대상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겨울 ...
  3. 울산동구갈릴리교회, 남목1·3동에 이웃돕기 성금 전달 남목1동행정복지센터남목3동복지센터[뉴스21일간=임정훈]울산동구갈릴리교회(담임목사 조성진)는 23일 남목1동과 남목3동 행정복지센터를 각각 방문해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성금 100만 원씩을 전달했다.이번 성금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마련됐으며, 각 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도움이 필요...
  4. 울산동부소방서 의용소방대, 동구청에 이웃돕기 성금 전달 동구청[뉴스21일간=임정훈]울산동부소방서 의용소방대(대장 임광석)는 1월 23일 동구청을 방문해 관내 저소득층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성금 100만 원을 김종훈 동구청장에게 전달했다.이번 성금은 지역사회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의용소방대원들이 뜻을 모아 마련한 것으로, 전달된 성금은 동구 관내 어려운 이웃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
  5. 동울산청년회의소, 이웃 사랑 성품 전달 동구청[뉴스21일간=임정훈 ] 동울산청년회의소(회장 전종현)는 1월 23일 오후 4시 동구청을 방문해, 동구 관내 지역아동센터 7개소에 라면, 음료수, 과자 등 300만원 상당을 기부하였다.    동울산청년회의소는 매년 대왕암해맞이축제 중 떡국을 판매해 마련한 수익금을 지역 취약계층에 기부하여 지역사회에 온기를 전하며 꾸준히 이웃...
  6. 2026 울산조선해양축제 추진위원회 1차 회의 개최 동구청[뉴스21일간=임정훈]울산조선해양축제 추진위원회(위원장 지종찬 동구문화원장)는 1월 23일 오후 2시 30분 동구청 2층 상황실에서 ‘2026 울산조선해양축제 추진위원회 1차 회의’를 개최하였다.    이번 1차 회의에서는 2026년 축제 기본 방향 및 프로그램 구성에 대해 논의하고 축제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방안을 협의·결정하...
  7. 민족통일울산협의회, 2026년 현충탑 참배 및 신년인사회 개최 (뉴스21일간/노유림기자)=민족통일울산광역시협의회(회장 이정민)는 지난 24일(토),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울산 대공원 내 현충탑 참배를 거행하며 2026년 새해 민간 통일운동의 닻을 올렸습니다.이날 행사에는 이정민 회장을 비롯하여 회원 및 청년 등 2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참배는 이정민 회장의 분향을 시작으로 초등학생 및 중학생...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