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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후반기 국회에서 새로 뽑히는 정무위원들이 김영란 법안을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심사하게 될 전망이다.
김영란법은 공무원 내지 공공업무 관련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더라도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게 골자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이후 여야 모두 김영란법을 신속하게 처리한다고 의지를 불태웠지만, 이도 얼마 가지 않았다. 특권을 내려놓길 바라는 국민적 바람은 혹시 나가 역시 나로 결론 났다.
새누리당은 법안 내용에 문제가 있는 만큼 원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가능한 한 원안을 살려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간사인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21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지금 이 상황에서 공직사회의 부패를 도려내는 것은 시대정신이자 국민적 요구"라며 "저희가 주저하거나 무언가 꺼려할 이유가 하등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처리에 대해 "여야 간 바로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답해 김영란법 대한 여야의 입장차가 상당히 좁혀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국회소위가 열리자 새누리당은 쟁점이었던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자 범위를 국·공립학교뿐 아니라 사립학교, 사립유치원으로 확대했다.
또한 언론의 경우도 애초엔 KBS·EBS 등 정부출연 언론사만 적용하기로 했으나 모든 언론기관 종사자로 확대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럴 경우 김영란법안의 직접 대상자는 186만 명이고,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550만~1786만 명으로 늘어난다.
김 의원은 "처음에 안을 짤 때는 국회의원, 검사장부터 한국마사회 말 조련사나 영화의 전당 직원까지 예외 없이 똑같이 규율한다는 것을 몰랐다"며 "법 취지가 가족도, 이유를 막론하고 금품을 수수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면 대상이 1800만 명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호언장담하던 김 의원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 충돌 방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처리 무산과 관련해 "법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참회했다.
야당은 새누리당의 주장에 "국민 앞에 김영란법 원안을 할 의사가 없다고 해야 하는데 말로는 한다고 하면서 또 다른 트집거리를 잡으면서 지연책을 쓰고 있다"며 "이런 대국민 눈속임을 하는 탓에 국정 파탄이 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공직자는 못 받는 선물을 가족은 받아도 된다는 것이냐며, 가족의 범위를 동거하는 사람으로 한정하고, 공직자의 직무 역시 구체적으로 한정하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무리하게 적용대상을 확대하다가 정치권이 자가당착에 빠져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권익위원장 시절에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이법은 공직사회의 부정청탁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다" 라면서 "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안보다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그 대상을 확대해 놓고 이제 와서 문제가 많다며 난색을 표명하며 딴소리를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은 국회를 포함한 공직사회의 저항에 밀렸다. '부정청탁방지법'의 무산은 여야의 ‘이견’이 아니라 ‘저항’이었다.
여당의 반대로 원점으로 돌아간 '부정청탁방지법'은 그 동안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공직사회의 수많은 반대와 비판으로 우여곡절 끝에 누더기 법이 되었다.
이와 같은 연장선상에서 김영란법안이 통과되면 국회의원은 지역구 민원 해결이나 업계 이익을 반영한 청탁 등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들은 국민앞에 언제나 갑인 공직자들에 군림하며 청탁의 중심에 서있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국회가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해 발효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