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남자들은 '인민복'을 많이 입었다. '김정일의 옷'이어서 간부들부터 시작된 유행이 간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까지, 그리고 노동자 농민들 일반으로 확산되며 그야말로 인민복이 돼 버렸다. 북한에선 '잠바'라고 한다. 김정일의 잠바여서 남자들에겐 귀한 옷이었다. 그 옷을 입고 거기에 배까지 나오면 틀림없는 간부 스타일이 된다. 아무리 몸이 쇄약해도 '김정일의 잠바'여서 많은 흠을 감출 수도 있었다.
그래서 북한 남자들에겐 잠바 하나 쯤은 거의 다 있는 정도이다. 심지어 결혼식 때 신랑 옷이 되기도 한다. 양복 같은 경우 와이셔츠나 넥타이, 구두까지 받쳐 신어야 하지만 잠바는 단순하면서도 폼을 차릴 수 있어서이다. 김정일의 "단벌옷"이여서 북한 남자들에게도 유행의 끝이 없는 평생의 '간부복'이었던 셈이다. 그랬던 '인민복'의 인기가 최근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올해 3월 북한에서 나와 보름만에 한국에 들어왔다는 최혜영(가명 27세, 함경북도 출신)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잠바(인민복)를 남자들이 잘 입으려고 하지 않아요. 전에는 '행사복'으로 귀하게 입었는데 이제는 옛날에 만든 옷을 버릴 수 없어서 그냥 입고 나오는 작업복이 됐어요. 김정은이 입는 '닫긴 양복'을 입는 사람들도 가끔 있지만 그것은 잠바보다 인기가 없어요. 양복천으로 지어야 하고, 또 목 깃에 자꾸 때가 끼여 계속 빨수도 없고,,,
그래서 요즘은 각자 편한 옷들을 찾아입는데 한국 드라마 주인공들이 입는 옷들이 당연히 인기죠. 양복점들에서 그런 옷을 비슷하게 잘 만드는 재단사가 인기예요. 잠바는 이젠 인기가 거의 없어요. 한국 드라마를 보면 잠바입는 한국 남자가 없잖아요." 최혜영 씨의 증언대로라면 김정일 사망 후 눈에 띄는 북한의 첫 변화가 바로 "인민복'의 인기추락이다. 김정일 사망 후 인민복도 사망한 셈이다.-뉴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