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는 수배자들이 자수하는 기간이 있다. 바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기간이다. 그 기간에는 사람을 죽이고 탈영했던 군인도 부대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자기 하나 때문에 일가친척이 정치적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이 대외적으로 자부하는 100% 찬성투표의 내막에는 이렇듯 3대멸족 연좌제가 있다.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100%의 투표율을 보이는 나라에서만 있을 수 있는 기이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후보는 100% 당에서 결정, 전 인민 100% 참여, 그리고 전 인민 100% 찬성. 한마디로 인민의 의사는 100% 무시되는 투표인 셈이다.
(북한 선전화 / 출처 조선중앙통신)
강서구에 사는 탈북자 김진명 씨는 "내가 살던 동네에서도 선거기간에 살인자 수배자로 숨어다니던 한 남성이 제 발로 분주소로 찾아온 경우가 있다"고 증언했다. "선거권을 이미 박탈당한 살인자라 즉석에서 수갑을 찼지만 얼굴은 차분했다"면서 "살인자의 가족은 무사하지만 선거에 불참한 정치범의 가족은 추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아마 그 안도감에 속이 편했던 모양이다"고 덧붙였다.
북한 정권은 100%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선거기간만 되면 자수하는 수배자들에 한해 감형, 용서를 해준다고 강연회를 진행한다. 주민생존과 관련해서는 정권이 공식적으로 약속을 하지 않지만 선거약속만은 요란하다. 실제로 선거기간만 되면 자수한 수배자들이 어떻게 용서받았다는 식으로 확인할 수 없는 소문들이 무성하다.
외부 세계에 알려야 하는 체제 정당성을 위해 3대멸족 연좌제로 주민들을 내모는 북한 정권이다. 그래서 선거기간만 되면 처벌이 무서워 숨어다니던 수배자들은 가족을 위해 자수를 하는 것이다.
북한 체제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체제에 대한 두려움이다.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정권이 만든 수단과 방법들이야말로 북한에 있는 모든 범죄를 초월하는 악법이다. 100% 참여와 100% 찬성은 오히려 외부세계에 독재체제라는 것을 증명하는데도 말이다. 뉴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