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탈북자들은 "님"자를 한국에서 처음 들었다.
  • 양길영
  • 등록 2012-11-26 11:58:00

기사수정
  • 탈북자님 감사합니다
기자가 만나본 탈북자 중 70% 이상은 한국에서 사기를 경험했다고 한다. 나머지 30%도 주변의 조언이 없었다면 똑같이 사기를 당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탈북자들은 왜 이토록 사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을까? 한국 사회경험 부족 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기꾼의 달콤한 말에 벅찬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사기꾼들은 친절하다. 온갖 달콤한 감언이설을 통해 상대방을 치켜세워주며 헛된 희망을 품게 하며 위로도 해준다. 결국,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말과 행동이지만 탈북자에겐 그 자체가 호감형이다.
 
특히 탈북자에게는 “님”이라는 호칭에 매우 약하다. 북한에서 수령님에게만 쓰이는 “님”이라는 말을 이름 뒤에 붙여서 불러주면 처음 한국사회를 경험하는 탈북자들에겐 그보다 더 기분 좋은 말이 없다. 북한에서 평생 남에게 존경스런 호칭 한번 못 들어봤고 차별받으며 살던 이들이었기에 자신을 존대하며 불러주는 난생처음의 “님”이라는 호칭이 그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북한에서 인간으로서 존경과 대접을 받아보지 못한 북한주민은 이처럼 사소한 단어 하나에도 감동하며 사기꾼의 말에 함부로 반박할 생각조차 못하는 것이다.
 
존경의 말처럼 감동을 하는 또 하나의 단어는 바로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한국에선 물건을 파는 사람이 사주는 이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북한에선 사는 사람이 도리어 파는 사람에게 내가 물건을 살 수 있게 해주었기에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
 
평생을 김일성 일가에게 감사하다는 말만 해보았기에 반대로 누군가로부터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듣는 탈북자의 심정을 한국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낯선 이에게 존경스런 호칭을 몇 번 듣는 대가로 탈북자는 소중한 돈을 사기 당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한 탈북자는 “그래도 태어나서 처음 남에게 그런 존경스런 말도 들어보고 한국에서 나를 차별 없이 대해주던 그 사람들을 잊을 수 없다. 비록 사기는 당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었다.” 고 전했다.
 
얼마 전 시골 노인들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워 폭리를 취한 사기단이 적발된 적이 있다. 그들은 행사장을 마련하고 동네 노인들을 불러 노래와 춤을 추고 노인들의 말상대가 되어주며 환심을 산 후 세상 물정에 어두운 노인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다.
 
그런데 조사에 응하던 피해 일부 노인들이 사기꾼을 처벌하지 말아 달라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한 노인은 “자식들도 외면하는 나에게 찾아와 말 상대도 해주고 재미있게 놀아준 그들이 고맙기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 라고 했다는 것이다.

탈북자의 심정도 아마 이 노인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외롭고 소외된 이들이기에 비록 가식적이나마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손길마저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탈북자들은 경제적 안정도 중요하지만, 정서적 안정이 더욱 절실하다. 왜 목숨을 걸고 온 탈북자의 자살률이 한국인 평균보다 높은지 한국 정부는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적 시각이 아닌 탈북자의 눈높이에서 한 번만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 뉴포커스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울산 S-OIL 샤힌 프로젝트 현장, 비계 발판 붕괴… 근로자 다수 부상 [뉴스21일간=김태인 ]2025년 11월 19일 오후 5시경,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패키지1' 공사 현장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근로자들의 휴게를 위한 컨테이너 사이에 설치된 2m 높이의 비계 다리가 갑작스럽게 무너지면서, 이 사고로 총 7명의 근로자가 부상을 입었습니다.사고가 발생한 샤힌 프로젝트...
  2. 제1회 태욱가요제 11월 23일 개최 [뉴스21일간=임정훈]태욱엔터테인먼트는 오는 2025년 11월23일(일)오후3시30분, 부산 남구 용소로 78에 위치한 부산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제1회 태욱가요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장락, 정유나, 유명민, 홍다영 등 다수의 초대 가수가 무대에 오르며, 진성경아, 안진용, 김미경, 박윤창, 아랑고고장구 부산진구팀 등 다양한 장르...
  3. 통일 미래세대의 비전을 키우다: 우정초등학교, '평화통일 퀴즈대회' 성황리 개최 (뉴스21일간/노유림기자)=민족통일 울산시협의회(회장 이정민)는 2025년 11월 14일(금) 오전 10시, 울산 우정초등학교 승죽관에서 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평화통일 퀴즈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미래 통일 주역인 학생들에게 올바른 통일관과 역사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된 이번 대회에는 이정민 회장과 이학박사 박성배...
  4. 제63주년 소방의 날 기념, 일산새마을금고 박학천이사장 소방청장상 수상 일산새마을금고[뉴스21일간=임정훈]2025년 11월 14일 (금) 울산동부소방서에서 제63주년 소방의 날을 기념하여 일산새마을금고 박학천이사장님이 소방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 소방청장상 ]을 수상하였습니다.이날 표창 전달은 울산동부소방서 우충길서장님이 대리 집행하였습니다.일산새마을금고는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
  5. 동구, 아동권리 증진을 위한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동구청[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는 아동학대 예방 주간(11.19~11.23)을 기념해, 11월 14일 오후 2시 30분부터 방어동 화암초등학교 인근에서 아동 권리 증진을 위한 아동학대 예방 홍보 캠페인을 했다.    이날 캠페인은 동구아동위원협의회, 울산동부경찰서, 아동보호전문기관, 동구 아동보호팀이 함께하는 민관 합동 캠페인으로, 20여...
  6. 일산동 아동‧여성지킴이회, 번덕경로당 어르신 식사 대접 일산동 아동,여성지킴이회[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 일산동 아동‧여성지킴이회(회장 김행자) 회원들은 11월 14일 오전 12시, 번덕경로당을 방문하여 관내 독거 어르신 40여 명을 대상으로 따뜻한 점심 식사와 간식을 대접하며 훈훈한 시간을 보냈다.    일산동 아동‧여성지킴이회는 매년 어르신들을 위한 식사 나눔 봉사뿐 아니...
  7. 남목 도시재생 축제 ‘미포1길 골목형상점가에서 놀장’성료 동구청[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는 11월 14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미포1길 일원에서 ‘미포1길 골목형상점가에서 놀장’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번 행사는 올해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된 미포1길의 활성화를 촉진하고 지역 상인과 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로 마련됐다. 약 250m 구간의 미포1길 일대를 차량 통제해 주민들이 자유...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