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포커스-중앙당재정경리부에서 근무하던 이정수(가명, 나이 48세)씨가 2011년 11월 북한을 탈출하여 하나원 과정을 거친 후 한국사회에 정착한 것은 올해 3월이다. 그는 가장 최근에 탈출한 고위급 간부로서 김정일 사망 이전 북한 권력의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뉴포커스와의 단독 인터뷰는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진행됐다.
언제 탈북했나?
2011년 11월에 북한을 탈출해서 하나원 과정을 거치고 3월 22일에 대한민국 주민등록증을 받았다.
북한에 있을 때 무슨 일을 했나?
노동부 책임부원을 거쳐 중앙당재정경리부1과에서 근무했다.
중앙당재정경리부는 어떤 기관이고 1과의 사명이 무엇인지 독자들을 위해 설명해달라
중앙당재정경리부는 중앙당에 필요한 물자들을 외국과 국내에서 보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1과는 중앙당3호청사들에 물자들을 공급하는 부서이다. 중앙당재정경리부 8과, 9과 같은 경우는 김씨일가의 식품, 공업품을 공급하는 부서이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김일성 관련 재정물자들은 8호제품, 김정일 관련 재정물자들은 9호물자라고 한다. 특이한 것은 15과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김정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3호청사를 담당했다고 하는데 최근 보도에 의하면 해외첩보 부서인 35호실과 대남창구역할을 하는 통전부만 중앙당에 남고 작전부, 대외연락부는 정찰총국이나 내각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이게 사실인가?
맞다. 작전부장 오극렬이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작전부에 물자를 공급하던 회사나 공급소들은 국방위원회로 넘어가 국방위원회 산하 성산무역회사 소속이 됐다. 남파공작원들을 담당해보던 131연락소나 128연락소들과 같은 기본 공작부서들은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으로 들어갔다. 작전부 통신장비 담당 144연락소와 같이 대남공작에 필요한 장비를 연구개발하던 연락소들은 국방위원회 직속 제3자연과학원으로 편입됐다. 심지어는 작전부의 핵심이라고 하는 각 "방향조"들도 군 정찰총국으로 소속됐다.
"방향조"란 무엇인가?
작전부 내부 용어이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청진연락소, 해주연락소, 이렇게 부르는데 사실 그 연락소들의 사명은 유사시 남한 교란전을 위해 각자 자기 침투지역들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작전부 내부 용어로 "방향조"라고 한다. 이를테면 "전북 방향조", "부산 방향조" 이런 식이다.
작전부 외 다른 대남공작부서들은 어떻게 조정됐나?
대외연락부는 기구를 해체하거나 분산시키지 않고 통채로 내각 직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행정적 종속은 내각이지만 이전에 하던 사업들을 그대로 하고 있어 여전히 당 소속이었던 과거의 권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35호실과 통전부는 그대로 당 소속으로 두었다. 특히 통전부는 남한 내 종교인사나 거물급 인물들을 상대하거나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종전의 당적 지도권한과 권위를 그대로 인정하여 내버려 두었다.
그렇다면 중앙당 3호청사가 해체됐다고 봐도 되나?
사실상 그렇다. 3호청사 안에 작전부나 대외연락부 통전부가 모여 있었는데 통전부만 남았으니 이제는 청사 개념보다 부서개념으로 부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작전부나 대외연락부를 중앙당에서 내보낸 이유가 무엇인가?
46연락소 사건이 계기가 됐다. 46연락소는 당작전부 소속으로서 전문 해외첩보 영화들을 번역 연구하여 작전부 전략에 응용하는 부서이다. 2006년도에 이 46연락소 연구원들이 남포에 내려가 음식점에서 중앙당 신분을 들먹이며 외상을 하려고 했다. 사장이 돈을 내라고 하자 폭행까지 했는데 이 신고가 그대로 김정일에게 보고됐다. 그 외에도 대남공작부서 소속 연락소 부원들이 공권력을 남용하는 사례들이 많아 사회적으로 비난이 거셌다.
그들은 원래 음지에 숨어있던 사람들인데 물자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자 이렇게 양지로 나오면서 사건들이 많이 터지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연락소 직원들이 중앙당 행세를 하는 사건이 많이 발생하자 김정일은 "별것들이 중앙당 신분을 추락시킨다."며 아예 연락소 신분증에서 중앙당을 삭제하도록 했다. 이후 김정일은 2007년에 "중앙당이 비대해졌다. 중앙당은 할 일만 해야지 모든 걸 다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라."면서 중앙당 축소를 지시했다.
중앙당 축소와 관련하여 좀 더 설명해달라.
김정일의 지시로 중앙당 축소가 본격화되면서 2009년에는 과장급 이상 간부들 100명이 타기관으로 옮겨졌다. 과장급 100명이면 거기에 붙은 부원이나 부서들도 상당하다. 당대남공작부서 이전도 그 연장선에서 이루어졌다. 더구나 중앙당 소속으로 돼 있어 적화통일을 당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대외 시각을 많이 의식한 것 같다.
2010년에는 중앙당을 완전히 갱신했다. 우선 나이든 중앙당 간부들을 대담하게 명예퇴직시켰다. 계응태, 한성룡, 전병호도 퇴직됐다. 김국태와 김기남만이 남았다. 김정일 지시로 중앙당 간부들이 과거에는 담당제로 돼 있었는데 지금은 겸직제로 바뀌면서 많은 인력을 축소하게 했다.
중앙당 축소는 2007년 인민무력부와의 마찰이 중대 이유가 되기도 했다. 군이 이제는 선군정치 시대인 것만큼 김정일의 건강도 군이 책임져야 한다며 기초과학원을 가져가려 했다. 이를 중앙당 담당부서가 결사적으로 막았다. 군의 주목적은 기초과학원이 갖고 있는 '대성담배공장' 수출 판매권 획득을 위한 것이라는 여론이 많았다. '대성담배공장'은 김씨일가를 위한 담배연구 차원에서 기초과학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합영하는데 싱가포르 생산 제품으로 세계에 수출한다. 주요 브랜드는 크라벤 (craven) 이다. 김정일은 중앙당이 비대해지다 못해 이제는 담배생산도 하는가고 발끈하면서 군에 주도록 했고, 나중엔 국방위원회로 기초과학원을 옮기도록 했다.
앞서 말씀하시던 부분 중에 국방위원회 직속 제3자연과학원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뭘 하는 부서인가? 왜 국방위원회 직속인가?
제3자연과학원은 비공개 무기 개발 연구기관이다. 테러무기들이나 테러에 유용한 소형화 된 무기와 장비를 만드는 곳이다. 그 외에도 국방위원회 직속으로 2자연과학원이 있는데 여기는 인민군대 무장장비를 연구개발하는 과학원이다. 연구개발의 중요도를 의식하여 이렇게 국방위원회 직속으로 생겨나게 된 것이다. 군수산업을 총괄하는 제2경제지도위원회와 경쟁체계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3자연과학원 초대원장은 인민무력부장 김일철이었다. 인민무력부장이 겸직하게 돼 있으니깐.
국방위원회 안에 그런 실무부서까지 생겼다는 것이 놀랍다. 과연 국방위원회 위상이 어떻게 달라졌나?
이전 국방위원회는 비상설 기구로서 존재했는데 지금은 국방위원회가 내각과 중앙상임위원회가 하던 지도 권한들을 거의 다 흡수했다. 군원로들로 구성된 군법권력의 검열 전문부서인 87부 외에도 국가보위부, 인민보안성, 인민무력부, 기초과학연구원(김씨일가 건강연구을 전문하는 호위과학연구소), 조선체육지도위원회, 제3자연과학연구원이 국방위원회 행정 직속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국가보위부나 인민보안부, 조선체육지도위원회 직원들 신분증에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국방위원회/조선체육지도위원회"로 명시돼 있다. 그렇게 되면서 국방위원회 참사직과 상임국장, 전권대표 등 중앙당이 축소되는 반면 국방위원회는 엄청 비대해졌다.
북한에 7.27차번호가 최고권력 기관 번호로 나타났다고 하는데 이것이 국방위원회 차번호인가?
아니다. 기존의 2.16차번호를 다 없애고 7.27로 바뀐 것일 뿐이다. 김정일이 생존해 있을 때 이미 바뀌었다. 7.27차번호는 기존의 2.16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북한의 국가이념이 이제는 선군정치이기 때문에 전승절인 7.27에 최고의미를 부여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 내 최고권력의 상징인 차번호를 7.27로 만들어 북한 주민들에게 체제경쟁 의식과 함께 공포정치를 주입시키려는 것이다.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으로 임명된데 대해 일각에선 김정은의 권력강화라고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르는 말이다. 최룡해를 차기 총정치국장으로 점찍었던 사람은 김정일이었다. 때문에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이 된 것은 김정일의 유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일이 살아있던 2010년도에 이미 김경희, 김정은, 김경옥, 최룡해에게 대장칭호를 주었다. 그 전에 이미 김정일이 김정은의 안정적인 세습을 위해 군권을 최룡해에게 넘겨주려 했고, 이미 군 내에서는 그것이 기정사실처럼 돼 있었다. 한국 언론들이 자기들 식대로 최룡해 임명과 관련하여 김정은의 권력기반 의도라고 추측 한 것일뿐이다.
현재 북한 간부들은 북한 내 핵심 간부들을 누구누구로 보는가?
당 안에서는 김경희,(김정일의 누이동생) 김경옥,(중앙당 조직부 군사담당 제1부부장) 박도춘, (자강도당 책임비서를 거쳐 현재 중앙당 군수비서) 조현준,(중앙당 조직부 제1부부장, 이제강 후임) 민병철(중앙당 조직부 당생활검열지도 담당 부부장)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회에서는 양형섭(김정일의 5촌 고모부,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 동생 김형록 사위)이며 군 내에서는 최룡해, 김정각, 내각총리로서 최영림이다. 그러나 내각을 기본 끌고 나가는 사람은 로두철이다. (내각 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외교부는 강석주가 실권자이다.
최근 북한에서 일어난 특대형 사건으로 어떤 것이 있나?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만경대(김일성 생가) 문 도난사건이다. 하나원을 나온 후 어느 사석에서 그 이야기를 했었는데 한 탈북단체를 통해 언론에도 이미 알려진 사건이다. 작년 3월 경이다. 평북도 철산군 태생인 김일성종합대학 물리대학 3학년 중퇴생이 만경대 문을 갖고 오면 5만 달러를 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치밀하게 준비했다. 만경대 남자 관리원과 짜고 보안원과 대화하는 척, 유인한 다음 만경대 부엌에서 방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뽑아간 것이다. 못을 박은 것이 아니라 옛날 식으로 끼워넣는 방식이기 때문에 쉬웠던 것같다.
권력형 특대형 사건은 없었나?
만경대 문 도난사건으로 인민보안부가 당조직부 집중검열을 받게 됐다. 주상성 보안상이 해당 부서인 경비훈련국만 검열하라고 지시했는데 중앙당 조직부 민병철 조직지도부 검열부부장이 김정일에게 보안성이 중앙당 조직부 검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보고했다. 그래서 작년 4월에 주상성 보안상이 상장에서 철칙되어 상좌로 강직되어 평안남도 대동군 보안서장으로 내려갔다가 두 달 후엔 연로보장엔 집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함경북도 사건이 또 있다. 김정일이 작년 5월 초에 함경북도 지도 내려갔다가 "도가 부패됐다. 오물장이다."고 비판했다. 하여 최룡해와 김기남이 함경북도로 검열을 갔다. 함경북도당책임비서 홍석형(홍명희 손자)외 함경북도 보위부장, 행정위원장, 체신관리국장, 등 도급 기관 간부들이 거의 잡혀 갔다. 체신관리국장이 휴대폰을 불법적으로 팔았는데 그 자금을 국가에 넣지 않고 도급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거나 횡령한 것이 가장 큰 범죄였다고 한다.
김정일 사후 북한의 권력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 전에 탈북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나는 내가 아는 범위에서만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