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포커스-생활이 넉넉해지면서 한국의 각종 매체에서 “맛집”을 소개하는 방송을 자주 볼 수 있다. 불과 몇십 년 전 보릿고개를 겪었던 한국인에게 이제 식사란 걱정이 아닌 사는 즐거움의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이다. 식사 시간이 되면 무엇을 먹느냐로 즐거운 고민을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 식사란 생사가 걸린 문제이다. 그래서 북한의 가정에서는 항상 식사시간이 되면 온 가족이 모이게 된다. 그날 장만한 음식을 가족들이 나누어 먹어야 하므로 ‘식사란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먹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혹시라도 가족 중에 누군가가 혼자 외부에서 음식을 먹고 온다는 건, 가족에 대한 배신행위이자 자기 혼자 살겠다는 표현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탈북자 중에는 평소같이 식사를 하던 사람이 “먼저 밥을 먹고 왔다” 는 말을 하면 묘한 북한식 배신감과 허전함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는 ‘밥’을 먹자고 말을 하고선 피자나 햄버거 혹은 국수 등을 먹을 때가 있다. 말만 밥일 뿐 다양한 음식을 선택해서 먹는 것이다. 북한주민도 우리와 같은 말을 한다. 그러나 나무껍질이나 멀건 풀죽 운이 좋은날엔 옥수수 몇 개를 앞에 놓고 "밥"을 먹자고 말한다. 그들에겐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이 "밥 "인 것이다.
얼마 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에 일본식 음식점이 새로 생겨났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구조상 혼자서 밥을 먹어도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같이 식사할 사람이 많아도 혼자서 밥을 먹고자 하는 사람이 생겨나는 반면에 같이 먹고 싶어도 혼자서 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탈북자도 있다. 돌아오는 추석에는 탈북자 마음이 더욱더 외로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