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 등이 협의 끝에 지난 19일 기름값 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가격 인하 효과는 리터당 40원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는 지난 1년여간 여러 설익은 대책들을 쏟아내며 소비자들이 정작 고유가(高油價)에 대한 위기감을 못 느끼게 만든 측면이 있습니다. 작년 초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해 정유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높은 기름값의 원인을 정유사의 폭리(暴利)에 두고 압박해 왔습니다. 정부의 팔 비틀기에 정유사들은 지난해 4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휘발유와 경유에 대해 3개월간 리터당 100원씩 내렸습니다.
최근의 고유가는 이란발 위기 등 지정학적인 원인에 따른 측면이 강합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내 석유제품 유통구조만 개선되면 기름값이 내려갈 것이란 신호를 계속 보냈습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그 결과 소비자들이 유류(油類) 소비에 둔감해졌다"면서 "지난 1월과 2월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고유가에도 각각 작년보다 7.59%, 4.35% 늘어나는 기(奇)현상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과거 휘발유 값이 리터당 2000원에 육박할 때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고 차량운행 5부제 등이 거론되던 것과는 전혀 딴판인 셈이죠.
지금은 에너지의 합리적 소비와 절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부가 이를 위한 정책을 내놔야 하는데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문제를 키웠다는 전문가 지적도 많습니다. 현 정부 들어 에너지 정책 관할이 지경부와 녹색성장위원회로 나뉘면서 컨트롤 타워가 사라져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정부의 대책을 두고 "실효성 없는 졸속 방안"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고유가 시대를 슬기롭게 넘기려면 정부부처가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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