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장애청소년연극축제에 참가한 노들장애인야간학교(이하 노들야학)의 ′스물다섯의 내가′에서는 두 명의 ′제발′이가 나온다. 학교의 화장실에 가기 어려워 오줌을 싼 ′제발′이와 생리대를 바꾸거나 뒤처리하는 법을 익히지 못하는 ′제발′이. 이 연극은 두 사람의 ′제발′이의 이야기가 연작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들 ′제발′이들은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지 못해 비장애인과 격리된다. 이 연극에서는 흔히 장애를 다룬 예술작품에서 볼 수 있는 장애극복이나 휴머니즘으로 끝을 맺고 있지 않다. 대신 이 연극은 장애인들에게 냉혹한 현실 그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제발′이를 무대에 남겨둔 채 막을 내린 이 연극의 결말은 전적으로 관객의 몫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연극의 첫 번째 주제인 <학교편>에서 초등학교 4학년의 ′제발′이가 화장실 문턱을 넘지못해 결국 옷에 실례를 하고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다. 이에 부모는 운영위원회에 "화장실 문턱을 낮춰달라"고 요구하지만 다른 부모들은 예산 부족을 들먹이며 이르 거부한다.
두 번째 <생리편>에서 18살의 정신지체 여성 ′제발′이는 뒤늦게 찾아온 초경에 놀라 자신이 죽는 줄 알며 겁에 질린다. 허둥지둥 ′제발′이에게 생리대를 붙인 팬티를 입히고 새지 않도록 거들을 입힌 엄마와 언니는 생리대 바꾸는 법을 가르치고 "옆집 아저씨한테는 생리한다고 말하면 안 돼!"라고도 일러준다.
가족들은 ′제발′이가 어떻게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치를지 걱정스럽고, 혹시 강간을 당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해한다. 가족들은 이제 지쳤고, 현실을 받아들이자, 이제 그냥 시설에 보내자고 말한다.
연극을 지켜본 최연정(이화여대 특수교육학과 2학년)씨는 "전공공부를 하면서 예전부터 고민해오던 문제였는데 오늘도 명확한 답변은 얻지 못했다. 더 생각해볼 문제였던 것 같다"고 감상을 말했다. 경씨의 의도대로 이번 연극은, 장애인의 ′배설권 평등′과 ′생리권 평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관객들에게 물음표 하나를 던져주고 있다.
김지은 기자 kje@k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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