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일본 총리가 5일 국회 발언을 통해 외할아버지이자 A급 전범 용의자였던 기시 노부스케전 총리의 태평양전쟁 개전 책임을 인정했다. 또 일제 식민지지배와 침략전쟁을 반성한 '무라야마 담화'(1995년)와 일제 종군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과했던 '고노 담화'(1993년)를 정부는 물론 개인으로서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민주당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의 질문에 외할아버지인 기시 전 총리가 '도조 히데키' 내각의 상공대신이던 1941년 미·일 전쟁개시 칙서에 서명한 사실을 들며 "전쟁개시로 많은 일본인이 목숨과 가족을 잃었으며 아시아인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지도자는, 나의 조부도 포함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또 "정치는 결과책임인 만큼 조부의 판단은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조부가 총리시절 목숨을 걸고 일·미안보조약 개정에 착수한 것은 책임을 지기 위해서 였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일 A급 전범의 전쟁책임에 대해 "구체적으로 판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으나 이날은 조부의 전쟁책임까지 인정하는 태도 변화를 보였다. 특히 그는 '무라야마 담화'는 물론 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과했던 '고노 담화'까지 포함해 "나의 내각에서 변경할 것이 아니다"라며 2개의 담화가 '아베 정권'에서도 유지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현지 언론은 아베 총리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오는 8~9일 방문 예정인 한국과 중국에 대한 외교적 배려를 우선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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