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물가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23위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2일 OECD 분석을 인용, 발표한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국제비교'에 따르면 2002년 12월 미국을 100으로 놨을 때 68이던 물가수준은 지난해 12월에는 95까지 상승했지만 순위는 여전히 23위를 유지했다. 또 OECD가 회원국 30개국과 비회원국 12개국을 대상으로 3년마다 3000여 개의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조사해 측정하는 비교물가수준(CLP)에서도 우리나라는 중하위권에 속했다. 지난 200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비교물가수준은 OECD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 69로 캐나다, 이탈리아, 호주 등과 함께 중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최근 일부 외국언론의 보도나 자료에서 서울의 물가가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 것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비즈니스 트래블 뉴스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특1급 호텔에서 미국인 사업가가 1인 하루 숙박비와 식사비, 기타 부대비용으로 써야 하는 서울 체제비는 396달러에 달해 세계 100대 도시(미국 도시 제외) 중 8위를 차지했다. 이는 25위를 차지한 동경이나 28위인 취리히보다 높은 수준이다. 유럽연합(UN)이 올해 3월 해외출장비의 실비 정산액을 토대로 산정한 일일출장수당을 보더라도 서울은 366달러로 뉴욕의 347달러, 동경의 280달러를 넘어선다. 또 국제 컨설팅업체인 머서(Mercer)사가 다국적기업의 주재원 생활비 산정자료로 제공하는 주요도시 물가자료에서도 지난해 3월 기준 서울물가는 비교대상 도시 144개 중 모스크바 다음으로 2위에 올랐다. 동경(3위), 홍콩(4위), 런던(5위), 뉴욕(10위), 파리(15위) 등이 뒤를 이었다. 한은은 이와 관련, 이는 일부 특정품목, 특정 계층의 소비지출 구조를 반영한 결과일 뿐이며 원화강세에 따른 착시효과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특정 소수계층이 향유 가능한 특급호텔 숙박과 식사, 골프장, 수입자동차 렌트 등 일부 서비스의 물가수준은 선진국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선진국의 상위계층이 선호하는 특정 품목이나 서비스의 공급이 우리나라 또는 저소득국가에서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어 물가수준이 다른 품목이나 서비스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로 미국 달러화로 환산된 개별국가의 물가수준은 시장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외국인 체제자의 경우 원화의 미국 달러화에 대한 큰 폭 절상 때문에 달러화 기준으로 한국 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2002∼2006년중 원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42.5% 절상됐는데, 이는 우리나라와 미국 물가가 5년동안 그대로 있었더라도 우리나라 물가가 미국보다 42.5% 비싸졌음을 뜻한다. 같은기간 일본, 대만 및 홍콩은 미 달러화 대비 각각 10.1%, 7.3% 및 0.3% 절상에 그쳤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