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의 자유무역협정, 즉 FTA 최종승인이 이탈리아의 반대로 또다시 연기됐다.
EU는 13일 정례 일반관계이사회를 열어 한-EU FTA 승인 여부를 논의했으나, 이탈리아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음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오는 16일 정상회의로 넘겼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가서명된 한-EU FTA를 연내에 발효시킨다는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탈리아가 다른 26개 EU 회원국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반대 입장을 고수한 것은 무엇보다도 자동차 산업 보호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에 비해 자동차 산업의 브랜드 파워가 상대적으로 약한 이탈리아가 그나마 경쟁력을 가진 부문이 소형차인데 한국차가 들어오면 시장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다는 것이 반대의 가장 큰 이유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소형차를 앞세워 이탈리아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고, 시보레 브랜드로 시판되는 GM대우의 마티스의 경우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연비를 앞세워 수입 소형차 판매 1위를 기록하면서 경쟁 차종인 피아트 판다와 친퀘첸토를 바짝 추격하는 상황이다.
피아트는 지난 7월 21일 회사를 승용차와 산업용 부문 등 2개 기업으로 분리하기로 하는 등 다양한 경영난 타개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안정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EU FTA 협정문에서는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철폐 기간을 중대형의 경우 3년, 소형차는 4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탈리아 정부는 중대형 4년, 소형차는 5년으로 늘릴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한국차가 사용하는 저가 부품의 사용 비율 규정을 더욱 강화하는 등의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탈리아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다른 EU 회원국들이 FTA 조기 발효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가 마냥 고집을 부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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