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1]배상익 기자 = 예산안 연내 처리 시한을 불과 사흘 남겨놓은 가운데 여야가 4대강 예산을 일반 예산과 분리 처리하기로 28일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입장차는 그대로여서 합의가 될지는 미지수다.
여야 원내대표는 29일 비공개 만찬을 갖고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한 마지막 협상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협상채널은 두 가지로 나누어 진행, 핵심쟁점인 4대강 예산에 대해선 기존에 가동돼온 한나라당 김성조, 민주당 박병석 의원 간의 실무회담을 통해 계속 논의하고, 나머지 예산은 여야 예결위 간사가 별도 논의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12월 31일까지 처리하는 것을 전제로 해서 예산심의를 '투트랙'으로 내일부터 심의하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투트랙’ 협상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한에 대해 한나라당은 31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는 데 여야가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은 시한을 못박은 바가 없다고 말해 서로의 말이 달라 사실상 실력저지를 통해 예산안 처리를 막지는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예산안을 강행처리하겠다며 의원 전원에게 비상 대기령을 내렸고, 민주당도 당력을 총동원해 예산 날치기를 저지하겠다고 밝혀 긴장감이 고조됐었다.
예산안의 핵심 쟁점은 4대강 사업 관련 예산이다.
민주당은 현재 16개인 보의 수를 8개 정도로 줄이고 보의 높이도 절반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며 28일 발표한 자체 예산 수정안에서는 보의 수를 5개까지 줄였다. 또 낙동강 평균 7.4m, 한강 평균 6.6m로 계획돼 있는 수심을 낮추기 위해 준설량을 5.7억㎥에서 2.2억㎥정도로 줄이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현재 계획에 따른 보의 높이와 수심이 적용될 경우 마음만 먹으면 4대강 사업을 대운하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요구는 4대강 사업의 본질을 훼손해 아예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한나라당은 경사가 가파르고 유속이 빠른 우리 하천 특성상 보를 줄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적정한 수준의 저수량을 확보하려면 보의 개수와 높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또 1조 원가량의 세출을 삭감하고 복지 예산을 일부 늘리는 내용의 자체 수정 예산안을 확정했고, 민주당도 4대강 예산 1조 4천억 원 삭감을 골자로 하는 수정안을 발표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여야가 정면충돌의 목전에서 일단 협상의 불씨를 되살리기로 했지만 파국을 완전히 피한 것은 아니다. 4대강 사업 예산에 대한 입장차가 여전해 국회 본회의에서의 예산안 처리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