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 활성화 카드로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을 빼들었다. 구체적인 계획안은 올 연말쯤에 확정될 예정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그 대체적인 윤곽을 밝혔다. 이는 적극적 투자를 통해 경제활력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국민적 자신감과 각 경제주체의 총체적 협력으로 새로운 도약의 에너지를 확보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내수 확대·성장잠재력 근원적 확충 ◆왜 뉴딜형 정책인가 정부가 이번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이라는 카드를 내놓은 것은 투자와 소비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지금처럼 회복 속도가 느릴 경우 내년도 경제여건이 밝지만은 않다는 판단에서다. 고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금까지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는 외부요인도 내년 경제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50달러 중반을 오락가락하는 국제유가는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올라가면 성장률은 0.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내년도 경제운용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노 대통령도 시정연설를 통해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수를 확대하고 성장잠재력을 근원적으로 확충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으로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의 기본방향으로 “기업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신도시, 기업도시, 지방혁신도시, 복합레저파크 건설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연기금의 여유재원도 인력양성, 직업훈련, 보육 등 생산적 부문과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에 효율적으로 사용해 국부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임대아파트 수요 창출 건설경기 활성화 특히 지나치게 침체돼 있는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공공임대 아파트 수요를 창출하고 주택 임대사업 활성화를 추진할 것이며, 대학교 기숙사 등 꼭 필요한 생활기반시설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은 물론 민간투자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은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은 정부가 재정으로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거나 사회간접자본시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연기금 등 민간자본으로 생활기반시설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을 임기응변식의 경기부양책을 세우고 여기에 정부가 ‘올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혁신주도형 경제’를 또다시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중장기적인 구조개혁 및 경제체질 개선 노력은 변함이 없음을 천명하고, 단기적 경기대책인 이번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으로 어려운 경제여건을 헤쳐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도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을 어마어마한 사업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며 “다만 건설경기가 활기를 띨 2006년 하반기까지의 ‘징검다리’로 삼기 위한 것”이라며 과도한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를 봉쇄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5%대 유지' 뜻 담겨 결국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은 내년을 기점으로 경기를 적극 활성화시키는 한편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인 5%대로 유지한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추진방향과 기대효과 이번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12월말에 확정될 예정이다. 이 계획은 사회간접자본 구축 등 중장기 사업을 확대하고, 정보기술(IT) 인프라 투자를 촉진하며, 연·기금의 여유자금을 생산적 부분에 효율적으로 투자하는 종합적인 경기활성화 대책일 것으로 보인다. 또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즉각 소비와 투자를 늘려 내수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중소기업 지원, 서민생활 안정 대책 등은 적극 검토하는 한편, 학교와 아동보육, 노인요양, 의료보건 시설 등과 공공청사, 공공임대주택 등에 대한 집중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 기숙사·휴양림·문화시설 건설 이에 대한 재원 마련도 일단 윤곽은 잡혔다. 김광림 재경부 차관은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은 주로 연기금 등 민자로 생활기반시설을 구축하는 것이며 GDP의 1% 수준인 7조∼8조원 정도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생활기반시설에는 학교 내 수영장·기숙사, 보육시설, 노인복지시설, 공공임대주택, 보건소, 휴양림, 문화시설, 레저단지 등이 포함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민간자본의 투자 대상에 기존의 사회간접자본시설 이외에 10개의 생활기반시설을 추가하는 내용의 ‘사회기반시설 민간투자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내년 초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민간투자를 주요 재원으로 하는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김 차관은 민간투자의 참여 유도를 위해 “민간투자로 사회간접자본 시설과 공공복지 시설을 지은 뒤 정부에 소유권을 넘기고 20~30년 동안 임대료를 받는 방식으로 국채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을 보장해 줄 경우 충분히 민자유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계 및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야 효과 등을 분석할 수 있겠지만, 일단 정부가 내수회복을 위한 경기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재확인하고 국민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권영준 교수는 “경제가 극도로 어려운 현재로서는 이번 뉴딜적 종합투자계획과 같은 단기적 경기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며 “확실하게 활력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내놓되, 이번 계획이 경제 체질을 약화시켜 향후 경제 운용 기조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차원에서 차분하게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뉴딜적 종합투자계획 추진으로 내수와 투자가 회복되고 경기가 다시 활력을 찾게 된다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향한 성장잠재력 강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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