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1]배상익 기자 = 인사청문회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실효성 없는 법은 폐지되어야 한다는 역설적 비판이 일고 있다.
국회의 장관 인사 청문회에서 위장전입(주민등록법), 납세회피(조세법), 이중·다운 계약서 작성(부동산실명거래법) 등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다양한 탈·편법 행위가 연일 터져나오고 있어서다.
17일 이귀남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장.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질문에 이 후보자는 변변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검찰이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연 평균 1500명을 기소하는데 법을 집행·처벌하는 검사 신분으로 그래서야 국민들이 호응하겠느냐."고 질타했다.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가 주민등록법 등이 '사문화'됐음을 공포했다."고 비꼬고 있다. "과거 '생계형 사면'이 거론될 때마다 법조계 등 지도층 일각에서 '모럴해저드 조장이 우려된다.'고 하더니, 그 권위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자신이 제기한 아파트 차명소유 의혹과 관련, 이 후보자가 "장모가 돈을 굴리는 분인데, 장모가 돈을 빌려주고 아내 이름으로 가등기한 것"이라고 답변한 것을 놓고 부동산 실명거래법 또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가능성을 거론하며 집요하게 공세를 폈다.
이 후보자는 "법 위반이 없다"고 했다가 추궁이 이어지자 "법률 검토를 해보지 않아 정확한 답변을 하기 곤란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또 "(아파트 가등기에 따른) 채무관계에 대한 재산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라는 박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도 "실질적 재산 증감이 없어서 하지 않았던 것"이라는 답변을 반복했다가 "법무장관 후보자가 재산신고를 이처럼 엉터리로 한 데 대해 국민이 용납할 수 있겠는가"라는 면박을 들었다.
이 후보자 부인이 이 후보자 동생이 소유한 서울 이촌동 아파트에 대해 1억4천900만원의 가등기 매매계약을 한 데 대해 "실제 (부인이 동생에게) 빌려준 돈은 8천만원이고 나머지는 이자 성격"이라고 대답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동생이 형수한테 당시 주택담보대출이자율(8%)의 10배에 달하는 이자를 물면서 사채를 끌어다 썼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추궁하자 이 후보자는 "장부에만 그렇게 기재됐지 (동생이) 그 돈을 전부 변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부인의 명의신탁 사실을 알았다면 후보자도 명의신탁 방조죄로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는 것을 아느냐"고 가세하자 이 후보자는 "전혀 몰랐다"고 거듭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또한 위장전입 사실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뭇매'가 이어지자 "부덕의 소치",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거듭 사과했다.
한나라당이 야당시절 위장전입 등을 문제 삼아 총리 후보자 2명을 낙마시켰다.
민일영 대법관과 임태희 노동부장관 후보자는 모두 위장전입이 확인됐고,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는 이중공제·소득세 탈루,주호영 특임장관 후보자는 '다운계약서' 이귀남 법무부장관은 위장전입, 납세회피, 이중·다운 계약서 작성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무관심이고 여당은 "직무수행과는 큰 관련이 없다"며 두둔하기 에 급급하고 정치공세며 흡집 내기라고 항변한다.
이와 같은 청문회 무시 현상은 대통령의 인식이 청문회 결과를 존중하지 않고 단순한 통과의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에서 비롯된다. 당사자들 또한 ‘모럴 해저드’가 만연된 결과 라고 밖에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