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 29명에게 간첩 누명을 씌운 이른바 송 씨 일가 간첩단 조작 사건에 대해 재심에서 27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월북한 송창섭 씨를 만났다는 이유로 고정 간첩으로 몰려 징역 1년에서 7년 6월을 확정받은 딸 송기복 씨 등 가족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가장 유력하고 사실상 거의 유일한 증거였던 검찰 자백이 강압에 의한 것이었음이 밝혀져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또 "이제 와서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하는 것으로는 피고인들이 27년 동안 겪은 고통을 보상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재심이 조그만 위로가 돼 피고인들이 조국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 씨 가족들은 선고 뒤 "결국 무죄 선고를 받게 돼 기쁘긴 하지만 27년이나 시간이 흘러 마음의 상처가 가라앉을 지 의문"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지난 82년 국가안전기획부는 월북했다 남파된 간첩 송창섭에게 포섭돼 25년 동안 고정 간첩으로 활동해 온 처와 아들 등 28명이 적발됐다며 이른바 송 씨 일가 간첩단 사건을 발표했다.
그러나 자백 말고는 물증이 없는데다 안기부 불법 구금 사실이 밝혀져 대법원은 두 차례나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을 했지만 서울고법이 대법원 판결에 불복해 다시 유죄을 선고하면서 사법 사상 유례가 없는 7번의 재판 끝에 지난 84년 실형이 확정됐다.
이에 대해 지난 2007년 국정원 과거사위원회는 "안기부가 대법관 인사 등을 대가로 재판 과정에 개입했다"고 발표했고, 서울고법은 올 2월 재심 결정을 내렸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