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본격 궤도에 오를 한·EU FTA 3차 협상이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쉐라톤 브뤼셀 호텔에서 개막됐다. 김한수 한·EU FTA 우리측 수석대표는 시작된 이날 3차 협상에 앞서 EU측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 수석대표와 포토세션을 가지면서 “3차 협상의 성공여부가 한·EU FTA가 조기에 타결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EU는 이날 상품(관세, 상품협정문, 기술장벽, 통관, 무역원활화)과 서비스/투자(서비스, 투자, 전자상거래), 규범(경쟁) 분과에서 협상을 벌이게 된다. 김 대표는 “이번 3차 협상부터 품목별 양허안에 대해 ‘본격적인 주고받기’를 하는 협상이 시작된다”면서 “이번 협상을 성공적으로 끝내야 한·EU FTA가 조기에 타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르세로 EU측 대표는 “3차 협상은 중요하고도 어려운 시기”라면서 “한국이 제시한 수정 양허안은 EU의 요구수준에 많이 미달한다”고 말했다. 베르세로 대표는 “한국측의 새 양허안이 약간 개선됐다고 보지만 여전히 논의할 지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우리측은 이번 협상을 앞두고 “개방수준이 미흡하다”는 EU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6일 일부 소수품목을 제외하고는 공산품에 대한 모든 관세를 7년 안에 철폐한다는 내용의 개선된 상품 양허안을 EU측에 전달했다. 지난 10일에는 투자 및 금융서비스 양허 초안을 EU측에 전달했으며, 12일에는 서비스 분야와 정부조달 분야 수정 요구사항을 EU측과 교환했다. 그러나 EU측 양허초안은 농산물 전 품목에 대해 최장 7년 안에 모든 형태의 관세와 쿼터를 철폐한다는 내용인데 반해 우리측은 이번 수정 양허안에서도 관세 철폐 기한이 10년을 넘는 품목들이 있으며 쌀과 쌀 관련 16개 품목은 양허 제외를 고수해 EU측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분쟁해결/지속가능발전 분과장인 윤성덕 통상교섭본부 FTA 교섭총괄과장은 “공산품 가운데 관세대상 품목으로만 비교하면 EU측에 비해 우리측이 즉시철폐 비율은 낮지만, 즉시철폐와 3년내 철폐를 합친 조기철폐 비율은 교역액 기준으로 우리측이 높다”고 설명했다. 우리측은 이번 협상에서 가장 난항이 예상되는 상품분과 비관세조치 분야에서는 자동차, 전기·전자, 의약품에 대해 EU측이 제시한 문안에 대해 우리측이 검토한 수용 가능한 범위를 설명하면서 견해차를 좁혀 갈 예정이다. 핵심 쟁점인 농수산물의 경우 우리측이 이번 수정안에서는 EU측 주요 관심품목을 양허대상에 포함했으나 농수산물 분야에서 양측 간 양허수준의 균형을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돼지고기 등 민감품목의 개방 폭과 방식에 대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우리측이 비공식 요구목록과 최혜국대우 면제목록을 EU에 송부한 서비스.투자분야에서는 금융서비스 양허방식과 법률 서비스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적 재산권 분야에서는 미술작품을 거래할 때 원작자에게 대금 일부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추급권과 현재 일부에만 적용되고 있는 음악 등의 공연보상청구권 범위 확대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다. 그러나 EU측이 협상 초기부터 관심을 보여온 지리적 표시(GI)에 대해서는 EU측이 아직 문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부 대표단의 협상 시작과 함께 장외 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희범 무역협회장 등 민간 대표단은 이날 브뤼셀에서 협상단과 별도로 EU측 고위인사 및 업계 관계자들과 연쇄 접촉하며 한·EU FTA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에 맞서 FTA반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과 민주노총, 낙농협회, 양돈협회 등으로 구성된 한·EU FTA 저지 원정투쟁단 40여명은 협상에 앞서 EU의회와 협상장인 쉐라톤 호텔 밖에서 FTA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원정투쟁단은 이날 오전 EU 의회의 헬무트 마르코프 국제무역위원장과 한·EU FTA 에 관해 면담을 해 반대입장을 전달하고 오는 21일까지 철야농성과 삼보일배 등 FTA 반대 퍼포먼스를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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