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내 속을 알아주랴!”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에서 성실한 축산업자 공로상까지 받으며 40년째 목장을 경영해오는 김석임(66.여)씨는 벌써 10년 동안 해당군(연천군)과의 싸움을 외롭게 해오고 있다. 자기편이라곤 하나밖에 없는 딸 김은미(39)씨뿐이지만 김씨는 결코 여기서 그 길고 고된 길을 끝낼 수는 없다고 울부짖으며 얘기한다.김씨는 지난 85년부터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방치되어 있던 800여 평의 토지를 군부대 및 연천군의 허가를 얻어 개간하여 매년 옥수수와 호맥을 파종, 수확해왔다. 그러다 96년에 일어난 집중 호우로 인해 완전히 유실된 토지를 김씨가 다시 개간, 1만 5천평이나 되는 부분을 밭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렇듯 김씨의 정성으로 다시 일구어진 밭에 갑자기 10여년 이상 방관해온 토지 소유자들이 직접 경작을 이유로 들이닥쳤다.
그이후 그들은 2001년 초부터 옥수수와 호맥들이 자라는 밭을 중장비를 동원해 갈아엎고 둑을 설치해 논으로 개답하는 작업을 강행하였다. 게다가 김씨에게는 전혀 동의를 구하지도 않은 채 유실된 토지의 흙과 자연석들을 퍼 내갔다. 김씨는 딸과 함께 10여년을 넘게 개간해온 땅을 힘과 권리에 의해 하루아침에 빼앗겨 버린 것이다. 이렇듯 김씨가 전혀 대처하지도 못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연천군은 소외되고 힘없는 주민을 위해 힘쓰기보다는 방관자적인 모습으로만 대하고 있다. 10여년 동안 개간했다는 흔적을 김석임씨가 찍어둔 사진을 통해 증명함에도 불구하고 군 관계자들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김씨가 목장에서 나오는 축산폐수 등으로 환경을 오염시켰다는 이유로 벌금만을 부과했다. 또 김씨가 사용한 군유지, 옛 밭터에 대해 2천만원이라는 터무니없는 토지 임대료를 부과한 상태이며, 목장의 우사가 가건물이라는 핑계로 목장철수에 대한 명령까지 내리는 분위기이다.
김씨는 군의 이런 반응에 대해 “너무 억울하다”며 “힘없는 농민을 위해 군이 조그마한 대책이라도 마련해 주기는커녕 아예 평생을 살아온 터전을 떠나라고 한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김석임씨가 군에 바라는 요구는 이렇다.
▲ 자신이 10년 넘게 일구었던 밭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 토지임대료 2천만원의 하향조정 (고충처리위원회에 따르면 김씨가 경작했던 밭의 경우 임대료는 보통 1년에 10만원 안팎이다) ▲ 목장에 대한 가건물 허가이다.김씨는 “자신이 환경을 오염한 데에는 충분한 벌금을 지불하겠다”며 “60여년간 살아온 터전에서 자신이 해오던 일을 계속하며 살아갈 수 있게만 해달라”고 군에 호소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자신의 상황을 토로하는 김씨는 정직하게 살아가는 농민의 한사람이다. 이런 김씨를 보면서 모든 농민의 편에 서서 그들의 편을 들어줘야 하는 행정당국이 오히려 그를 매도하고 있으니 너무 무심한 처사가 아닌가 한다.
시대가 더할수록 집단 이기주의가 만연해지면서 한사람이 처한 일이라고 무시해버리는 성향들이 강해지는 이 시대.
김씨와 같이 나약한 사람들의 고충이 먼저 사려되는 그런 시대가 언제 다시 도래하려는지 궁금하다.
김윤석 기자 kimys@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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