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8일 북핵문제와 관련 “오랫동안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믿어왔고 또 그렇게 해왔다”며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한국시각) 방송된 미국 뉴스채널 CNN ‘토크아시아’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지 않는 것이 가지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한다는 상황만 조성되면 핵무기를 가질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저는 바로 그와 같은 북한의 주장에 대해서 절대 불신하지 않는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CNN 인터뷰는 지난 4일 청와대에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문제가 풀리는 것을 좀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주 세밀하게 하나씩 쪼개, 매 절차마다 질문을 한다”며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북한은 절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쪼개서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해 도움이 된다”며 “기본은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일 위원장, 유연성 가진 협상가”노 대통령은 지난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만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는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지할 줄 알고 상대방과의 대화에 있어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화술을 지닌 사람”이라며 “자기 주장을 할 때는 하고, 양보할 때는 확실히 양보하는 등 협상 자체에 있어 유연성을 가진 협상가”라고 평가했다. 또한 “아주 솔직하게 얘기하면 직선적으로 얘기하지마는, 그러나 공격적으로 얘기하거나 분위기를 딱딱하게 만들거나 그런 사람은 아니다”며 “분위기를 배려할 줄 알고, 경청하고, 때때로는 유머도 사용하고, 그래서 대화를 하는 동안에는 아주 상대방에게 안정감을 주기도 하고 또한 호감을 느끼게도 행동한다”고 설명했다. “아프간 피랍사태 몸값 지불 보고 받은 바 없다”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몸값을 지불했다는 소문이 있다는 질문에는 “저는 그런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당시에 여러 나라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또 국제기구라든지 언론이라든지 많은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며 “지금 그 점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의를 표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에 대해 “제일 어려웠던 것은 국가가 말하자면 불법적인 그런 야만 행위를 하는 사람들과 협상할 수 있는가? 도덕적 관점에서 볼 때 굉장히 치욕스러운 것”이라며 “그것도 살짝 숨어서 협상하는 것이 아니고 만천하에 공개하고 협상하자는 것이니까 그 협상에 응한다는 것이 정말 대통령으로서는 힘든 일이었다”고 밝혔다. “‘우리 국민들을 살려야 한다’ 그것만이 절체절명의 과제였다”아울러 “그러나 그때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논리가 아니고 사람의 가치”라며 “어떤 종교적 의미에 있어서의 사람의 가치뿐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가 국가에 의지하고 사는 사람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국가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이 뭐냐? 그 현실이 거대한 가치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가치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것이 최고의 가치였고, 그래서 국가라고 하는 이 도덕적 실체가 불법적인 납치자들과 어떻게 대화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넘어설 수밖에 없었다”며 “그런데 어쨌든 결국 논리적인 해답은 얻지를 못했고, 그냥 그 시기에 ‘나는 우리 국민들을 살려야 한다’ 그것만이 절체절명의 과제였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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