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지음/304쪽/신국판/무선철/1992.10.15발행싱아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싶다는 독자의 편지에 입안 가득 싱아의 맛이 떠오른다는 작가 박완서의 ′그 많던∼먹었을까′는 3년 간의 침묵을 깨고 30년대 개성의 꿈 같은 어린시절과 50년대 전쟁으로 황페해진 서울의 20대까지, 한 폭의 수채화와 활동사진이 교차되듯 맑고도 진실되게 그린 성장소설이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았다."(본책 p.77에서)
싱아를 모르는 세대에 자연과 인간이 그 자체로 하나가 되어 노닐었던 어린 시절을 보낸 풍부한 감성을 순우리말로 아름다운 문체로 표현하고 있으며, 40년대에서 50년대의 사회상이 정감 있게 묘사되고 있다. 또한 50년대 전쟁으로 무참하게 깨져버린 가족의 단란함, 그렇게 되기까지 엎치고 덮친 고약한 우연에 대한 정당한 복수로서 주인공이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에 사로잡히는 것으로 매듭짓는 소설의 말미는 박완서가 왜 소설가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문학평론가 홍정선 씨는 작품해설에서, 시에서는 이미 윤동주, 서정주의 <자화상>을 비롯해서 ′자화상′이라는 제목을 가진 여러 편의 작품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에서는 기억할만한 ′자화상′을 가지고 있지 못한 이유가 소설의 경우 개인의 구체적인 삶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고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 그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신을 완전하게 드러낸 작가의 용기를 높이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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