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의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현 정권에 대한 `5대 국기문란사건′ 공세와 한나라당 집권시 `6대 비전′ 제시라는 두가지 내용으로 대별된다. 최근 정국의 흐름을 이어가되, 비전 제시가 없다는 지적을 감안한 구성으로 보인다.
서 대표는 대북비밀지원설, 공적자금 탕진, 현대와의 정경유착, 서해교전 징후묵살, 국가기관 정치공작 동원 등을 5대 국기문란사건으로 규정하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임기중 청산′을 요구했다.
서 대표는 우선 각종 의혹과 공적자금, 병풍사건 등을 묶어‘5대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하고 강도높게 현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특히“이 정권이 뒷거래로 제공한 돈이 탄환으로 바뀌어 서해교전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가슴을 관통했다면 이것은 국기문란을 넘어 명백한 이적행위”라고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대북 비밀지원설을 주장했다.
다음으로 서 대표는 `정경유착으로 인한 시장경제원칙 붕괴′를 제시했다. 현대그룹과 현 정권과의 유착관계를 주장함으로써, 이회창 후보와 지지도 수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정몽준 의원을 과녁으로 삼은 것이다. 그는 공적자금과 관련해서도 다른 기업은 언급하지 않고 “현대그룹 때문에 24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자금이 회수불능”이라며 “현대는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조작사건, 부실기업 구조조정, 금강산사업과 빅딜과정 등에서 특혜가 있었다며 "정경유착의 극치"라고 규정하고 "지금 현대가(家)는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 모두 나서 공적자금을 갚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국민에 대한 기업인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서 대표는 한철용 소장의 `서해도발 징후 보고묵살′ 주장과 관련, "햇볕정책을 위해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내팽개친 것"이라며 "우리당은 국가안보수호라는 군의 존립이유를 정치논리로 훼손하는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추궁 의지를 피력했다.
마지막 국기문란으로 지목된 `국가기관 정치공작 동원′은 `병풍′과 `20만달러 수수설′에 초점이 맞춰졌다. 서 대표는 "그동안 이 정권과 민주당, 일부 정치검찰이 연계해 제기해온 온갖 의혹이 완전히 날조된 것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대선을 앞둔 마지막 대표연설인 만큼 새로운 대선 공약도 나왔다. 이번 연설은 애초 이회창 대통령 후보가 직접 연단에 서려다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따라 서 대표가 되맡은 것이다.
서 대표는 특히 고위직 부패사범의 공소시효 연장이나 선출직의 판공비 내역 공개, 불법 도·감청 금지를 위한 법개정 등 새로운 내용을 밝힘으로써 ‘깨끗한 정부’와 ‘정치보복 금지’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이밖에 지방·여성·교육 등과 관련해서는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한 ‘한국재건 펀드’ 조성, 채용·승진 등에서 여성우대 제도화 등을 약속했다. 대북정책에서는 “북한이 일본·미국과 대화를 재개하는 등 국제사회로 나오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김동훈 기자> kdc2krnews21.co.kr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