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권정생
출판사: 우리교육 9·11테러 직후 미국이 보복전쟁을 시작했을 때 작가 권정생은 녹색평론에 <제발 그만 죽 이시오>라는 글을 발표했다. 특유의 조근조근하고 겸손한 목소리로 열강들의 제국주의와 패권의식을 꾸짖고 있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언젠가는 모두 죽습니다. 그냥 제 명대로 살다 죽는 것도 죽을 때는 서러운데, 왜 비참하게 전쟁으로 산목숨을 죽이는지…. 그것만은 절대 지지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 논리만으로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전쟁은 그 이유를 불문하고 해서는 안 된다는 反戰 의식은 권정생 문학의 줄기찬 흐름을 통해 포착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2차 대전 당시 일본 땅에서, 일본인 속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야 했던 조선 아이들을 다룬 이야기 <슬픈 나막신>은 권정생 문학의 原流라 할 수 있으며 작가의 유년기 삶이 그대로 녹아든 자전소설이라 할 수 있다.
2차대전이 한참인 도쿄 근처 작은 마을 혼마찌. 다닥다닥 잇대어 지어진 나가야 집에 조선사람, 일본 사람이 섞여 살아간다. 어른들처럼 아이들도 조선인, 일본인으로 편을 가르고 욕하며 싸우기도 하지만 곧 서로를 위로하며 한 식구처럼 지낸다. 전쟁과 굶주림 속에서도 아이들은 사람과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가지만 전쟁이 가져온 크나큰 상처는 아이들의 가슴을 다시 훑어버리고 만다.
상처 깊은 삶 속에서도 아이들은 두손을 모아쥐고 내일은 해가 반짝나게 해주세요, 라고 소원하지만 무심한 하늘은 비만 주룩주룩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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