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를 꿈꾸던 화실에서 석고상들을 바라보며 로마에 대한 동경을 키워온 작가는 결국 "로마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러나 이것은 ′참다운 나의 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며 고대와 중세, 현대가 공존하는 이탈리아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작가의 이탈리아 감상법은 공간을 따라가되 시간은 초월된다. 현재 남아있는 이탈리아의 모습 속에서 과거의 이탈리아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현재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을 이해한다.
오래된 성당같은 로마에서는 황금빛 고대의 영광과 기상을 느끼는가 하면 그 시대를 살았을 개인에 대한 이해의 시간도 가져본다.
르네상스의 심미안을 가진 피렌체에서는 암흑 속에서도 르네상스를 꿈꾸던 중세의 기억을 더듬으며 당시의 예술인들이 가졌을 열정을 현대의 이탈리아인들에게서 보기도 한다.
지중해의 여왕 베네치아를 흠모하며, 인위적 구조물들 사이로 흐르는 거대한 자연의 멋스러움을 느껴 보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그리운 로마를 향하여 떠나면 과거의 기억들은 현재의 이탈리아와 오버랩되어 다가온다.
『모짜르트가 살아있다면』, 『자전거를 타는 여자』, 『우리는 호텔 캘리포니아로간다』의 작가 김미진은 매년 여름과 겨울, 낯선 타국의 숨결을 찾아 떠나는 정력적인 여행가이다.
이 이탈리아 여행기는 그녀가 소설가로써 문학에 대한 관심, 화가로써 미술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무심코 지나왔던 일상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것이다.
일반적인 기행문을 떠나 예술품의 역사를 심도있게 설명하는가 하면 자유분방한 젊은이답게 현지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카운슬러로써 마음의 위안을 주기도 하는가 하면 저자 내면의 고민과 갈등들을 각기 다르게 표현하면서 유희적 글쓰기를 보여준다.
해냄출판사는 앞으로 이 책과 컨셉을 같이 하는 전여옥의 일본여행, 소설가 함정임의 파리여행, 소설가 방현석의 베트남 여행 등 작가들의 트래블 에세이를 앞으로 계속 출간할 예정이다.
<이정환 기자> ijw@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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