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일 만에 힘들게‘식물국회’를 벗어난 국회가 의원들의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로 다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각 당이 총무 협상을 통해 국회의장단‘나눠먹기’를 추진한 지난 8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원구성을 놓고 자기 당 소속 의원들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몸싸움을 벌였다가 뒤늦게 사과하거나 해명하는 소동을 빚었다.
거의 같은 시간에 두 당에서 동시에 펼쳐진 이날 소동은 당리당략과 자리다툼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국회의원의 자질에 대한 의문은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국회 윤리위 강화 필요성 등도 나오고 있다.
국회 본회의 직전인 지난 8일 오후 1시40분께 민주당 수석부총무인 송영진 의원이 국회 로비에서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의장후보로 나서려다 포기한 민주당 조순형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의총 참석 거부 의사를 밝힌 직후였다.
송 의원은 주변의 기자들과 동료 의원들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조 의원 앞에서 “XX놈 확 엎어버릴까보다. 저게 의원이야 개XX지”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송 의원은 “자기 X 꼴리는대로 하고 말이야. 개XX”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에 조 의원이 국회가 끝난 뒤“총무가 책임져야 한다”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고 나서자 한화갑 대표가 직접 송 의원에게 사과를 지시했다. 송 의원은 9일 최고위원회의에 출석해“당이 어려울 때 단합해주는 원로가 필요하므로 의총에 참석해주실 것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한마디했는데 감정이 격했다. 사과한다”고 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8일 오전 11시께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총무단 연석회의에서도 의원들의 저질 행동이 입방아에 올랐다. 강창희 의원이 원구성 협상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런 식으로 하면 의원들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말하자, 이규택 총무가 “왜 반말이냐”고 발끈했고, 강 의원이 다시“반말하면 안되냐"고 맞받아쳤다.
격분한 두 의원은 이회창 대통령 후보와 다른 당직자들 앞에서 서로 손가락질을 하며 고성을 주고 받았고, 이 총무가 상의까지 벗어 던지면서 멱살잡이 일보 직전까지 갔다. 이를 진정시키려던 이 후보까지 “여기가 시정잡배들의 모임이냐”고 큰소리를 치며 상기된 얼굴로 자리를 떴다. 이 과정에서 강창희 의원이 “야, 이 개XX야 붙어볼래”라고 소리를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은 9일 뒤늦게 “내가‘개XX’등의 욕설을 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역시 때늦은 해명이었다. 이렇게 국민들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서로 의견이 맞지않는다고 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국민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서민철 기자> mc@krnews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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