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옵션 상품인 '키코'에 가입했다 피해를 본 중소기업들이 낸 계약 해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환율 급등으로 인해 무더기 피해사례가 나온 이후, 법원이 계약 해지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주식회사 모나미와 디에스엘시디가 환율 급등으로 인한 손해를 감당할 수 없다며 제일은행을 상대로 키코 계약을 해지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이에 따라 모나미와 디에스엘시디는 환율 급등에 따른 약정금을 해지 시점부터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은행에 지불할 필요가 없게 됐다.재판부는 환율이 하한 아래로 내려가면 계약이 해지되고, 상한을 넘어가면 계약금의 2배를 물어야 하는 계약 내용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신청 기업이 무더기로 약정금을 지불하게 한 올해의 환율급등은 합리적인 예상치를 뛰어넘은 사정 변경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이에 따라 계약의 구속력을 무조건 인정하는 것은 신청 기업에 지나치게 가혹한 것으로, 해지의 뜻을 밝힌 이후의 계약 효력은 정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재판부는 그러면서, 중소기업은 아무래도 키코와 같은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위험감수능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계약 전에 해당 기업에 얼마나 적합한 상품인지를 은행이 충분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제일은행이 이를 소홀했다고 덧붙였다.특히, 키코 계약이 해지될 경우 외국 금융기관에 대신 지불해야 할 약정금 역시 적은 것은 아니지만, 파생상품으로 막대한 이득을 본 금융기관의 경영 상황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고 강조했다.모나미 등은 지난 10월 말 제일은행을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했으며, 키코피해 기업 97곳은 지난달 초 씨티ㆍSC제일ㆍ신한ㆍ외환 등 13개 은행을 상대로 키코 상품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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